'초지능'에 꽂힌 메타 "AI기기로 안경이 최적"

입력 2025-09-18 16:36
수정 2025-09-19 00:38
“안경은 개인 초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이상적인 폼팩터(기기 디자인)입니다.”

17일(현지시간)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사진)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카메라로 생중계하며 이렇게 말했다. 메타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2025’에서 공개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차세대 인공지능(AI) 기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용자가 안경 렌즈 안쪽에 장착된 디스플레이에 떠 있는 그날의 일정을 확인하고, 음원 스트리밍 앱을 재생하는 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마트글라스를 차세대 컴퓨팅 기기로 낙점한 메타의 시작은 험난했지만 점차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마라톤 두 번 뛸 용량”
메타가 레이밴 모기업 에실로룩소티카와 공동개발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오른쪽 렌즈 안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하던 작업 대부분을 수행할 수 있다. 저커버그 CEO가 “마마스앤드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틀어줘”라고 말하자 안경다리에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왔고, 디스플레이엔 앨범 커버와 재생 바가 표시됐다.

저커버그 CEO가 엄지와 검지를 집게 모양으로 만들어 허공에서 돌리자 노랫소리가 커졌다. 손목에 찬 ‘뉴럴 밴드’가 근육의 미세한 전기신호를 인식한 결과다. 메타는 음성 인식이나 프레임 접촉에 의존하던 기존 스마트글라스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동작 인식 기능을 접목했다. 저커버그 CEO가 허공에 ‘영상통화할래요?’라고 쓰자 이를 인식해 문자메시지가 생성됐다. ‘대화 집중 모드’도 눈길을 끌었다. 안경 오른쪽 다리 부분을 터치하면 주변 잡음이 거의 사라지고, 대화 상대방 말만 또렷하게 들리도록 하는 기능이다.

메타는 레이밴 디스플레이와 함께 스포츠용 스마트글라스인 ‘오클리 뱅가드’도 공개했다. 얼굴 전면을 가리는 ‘랩어라운드’ 형태로 카메라, 음악 재생, 통화, AI 등의 기능이 적용됐다. 저커버그 CEO는 “마라톤을 두 번 해도 배터리가 남는다”고 자신했다. ◇“와이파이가 말썽” 연결 끊기기도업계에서는 이번 메타 커넥트를 통해 스마트글라스가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AI 기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메타는 2021년 9월 첫 상용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스토리스’를 내놓은 뒤 매년 개선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년엔 프로젝터를 장착한 증강현실(AR) 스마트글라스 오라이언을 공개했지만 100g에 달하는 무게와 1만달러(약 1380만원)가 넘는 제작 비용 때문에 상용화하지는 못했다.

이날 선보인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무게를 68g으로 줄이고 가격도 799달러(약 111만원)로 낮췄다. 메타는 오는 30일 미국에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판매를 시작해 내년 초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시연 중 메타AI와 스마트글라스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아 저커버그 CEO가 애를 먹기도 했다. 애프터파티 저녁을 준비하던 셰프 잭 쿠소가 스마트글라스에 “한국식 스테이크소스를 만들고 싶다. 뭘 제일 먼저 하면 좋을까”라고 물어봤지만 세 번 연속 음성 인식에 실패했다. 저커버그 CEO가 “수년간 기술을 개발했지만 와이파이가 발목을 잡았다”며 웃어넘겼지만 구글 제미나이, 오픈AI 챗GPT 등과 비교해 미숙한 메타AI 기술의 현 상황이 엿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