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3개월 만에 8만원을 돌파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돼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AI 투자의 초점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간 데 따라 범용 메모리 반도체 자체의 수요도 확대돼 삼성전자의 가파른 실적 개선이 점쳐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목표주가 11만원이 제시되기도 했다.
18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300원(2.94%) 오른 8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고가로 마감되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 종가가 8만원 이상을 기록한 건 작년 8월16일 이후 1년1개월 만이다.
주가 상승 배경은 간밤 종료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고, 향후 기준금리 추이에 대한 Fed 위원들의 전망을 나타낸 점도표에서도 2025년 기준금리 중앙값이 3.625%로, 지난 6월 회의 때에 비해 0.25%포인트 하향됐다. 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미 Fed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도래한 데 따른 수혜를 반도체 섹터가 크게 누리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 ‘치킨게임’을 이어갈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자본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 투자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다.
AI 투자의 초점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바뀐 점은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범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AI의 학습 분야에 투자할 때는 연산과 메모리 대역폭이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고성능 AI 가속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탑재한다. 하지만 추론의 일부 영역에서는 메모리대역폭보다는 연산 성능이 더 중요하다. 이에 엔비디아는 최근 공개한 추론용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루빈CPX에 G(그래픽)DDR7 메모리반도체를 탑재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슈퍼칩은 중앙처리장치(CPU)에 LP(저전력)DDR5x를 탑재해왔으며, 루빈 CPX에는 주로 일반 GPU에 탑재되는 GDDR7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범용 메모리반도체가 AI 서버 등 고부가가치 응용처에 채택되기 시작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업체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HBM 중심의 프리미엄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범용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할 설비가 부족해지는 데 더해, 범용 메모리반도체 자체의 수요도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이전까지 AI 사이클 안에서의 범용 메모리 업황은 제한적인 수요 속에 생산능력이 하락하는 데 따라 가격이 반등하는 ‘미니 사이클’로, 상대적으로 수요 대응력이 우위인 삼성전자의 강점이 퇴색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AI 서버 중심의 투자가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일반 서버로 확산되는 수요 확장 국면에서는 삼성전자의 수요 대응력은 부각될 수 있는 가치”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추정치와 목표주가가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다. 특히 SK증권과 IBK투자증권은 목표주가로 11만원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이달 들어선 뒤 BNK투자증권(8만7000원→9만1000원), 메리츠증권(8만4000원→8만5000원), 미래에셋증권(88만8000원→9만8000원), NH투자증권(8만4000원→9만4000원), 하나증권(8만4000원→9만5000원) 등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9만1006원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