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7일 11: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제조업은 우주항공, 방산을 비롯해 조선, 화학, 철강, 에너지, 건설, 기계장비,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산업의 뼈대를 이루는 핵심 분야로 구성된다. 이 산업은 기술 집약적이며, 글로벌 공급망과 규제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한국 제조업은 중국 제조업의 부상, 미국발 관세 폭탄, 규제 강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은 제조업계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규제 준수 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복잡해진 사업모델은 또 다른 도전 과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전기차 시장 확대, 글로벌 경쟁 심화, 공급망 재편 등 거대한 물결 속에서 산업 지형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들의 수익 모델도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판매 중심에서 구독 중심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의 변화는 비즈니스 생태계 전체의 재편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회계 리스크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기업들의 재무 관리 역량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자동차 업계 수익인식의 복잡성완성차 업체는 온라인 판매, 공유 경제 등 유통 채널의 다변화 및 고객 약정과 판매 조건의 다양화에 따라 수익인식 회계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차량 판매 시 적용되는 할인, 리베이트, 인센티브 등은 일반적으로 수익에서 차감해 회계 처리되지만, 새로운 형태의 조건이 등장할 경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환불, 반품, 보증 조건이 변화하면 수익 인식 시점과 금액의 적절성도 재검토해야 한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SDV)와 무선업데이트(Over-the-Air, OTA) 기술의 확산으로 차량과 함께 콘텐츠 구독 서비스가 제공되는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이 고객 계약에 포함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별 수행 의무를 구분하고, 묶음 계약의 가격을 적절히 배분해 각 의무별로 수익 인식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부품사가 원재료를 유상 구매해 가공 후 다시 납품하는 거래에서는 원재료의 소유권과 위험이 누구에 있는지에 따라 회계 처리 방식이 달라진다. 위험과 효익이 부품사로 이전됐다면 총액 기준으로 매출을 인식하고, 그렇지 않다면 순액 기준으로 임가공 매출만 인식해야 한다. 판매보증충당부채와 리콜 리스크전통적인 회계 이슈인 판매보증충당부채는 전기차 및 친환경차의 확산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는 적지만, 배터리 등 고가 부품이 많아서 리콜 처리 비용이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증 수리에 대한 충당부채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추정하며, 무상 보증은 비용으로 처리되지만 업계 평균을 초과하는 보증이나 추가 서비스는 별도의 수행 의무로 간주돼 수익을 이연 처리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무상 보증 기간이 늘어나면서 충당부채 규모가 증가하고 있으며, 부품별 보증 조건이 복잡해짐에 따라 계약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완성차 업체가 부품사에 보증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면 사전 합의된 분담률을 기준으로 리클레임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충당부채를 차감하지 않고 별도 자산으로 인식한다. 부품사도 무상 보증 의무가 있는 부분에 대해 보증 비용을 추정해 충당부채를 계상해야 한다. 실제 발생 비용 기준 정산, 사전 협의된 정액 보상, 상한선이 있는 정산 등 다양한 계약이 존재하며, 각 상황에 맞는 합리적 추정 및 회계처리가 필요하다.
리콜이나 캠페인처럼 제조 결함에 따른 무상 수리도 충당부채로 계상해야 하며, 예상 수리비와 응소율 등을 고려해 최선의 추정치를 산정해야 한다. 리콜 대상 부품은 일반적인 보증 의무와 달리 표준 분담률을 적용할 수 없으며, 부품사와의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최종 분담률을 확정한 후 리클레임을 청구해야 한다. 부담 비용이 거액인 경우, 당사자 간 합의가 되지 않아 법정에서 분담 비율이 확정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보증 및 리콜 관련 충당부채는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회계 이슈다. 합리적 추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내부 통제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내부 회계 관리 제도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전기차 시대, 배터리 제조사의 회계 이슈최근 발생한 전기차 화재 및 대량 리콜 사례를 보면 리콜 비용의 상당 부분이 배터리 제조사에 귀속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관찰된다. 배터리 제조사는 리콜이 확정되거나 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미래 부담 비용을 추정해 충당부채를 계상해야 한다. 하지만 리콜 대상 차량 수, 수리 단가, 고객 응소율, 보조금 수혜 여부, 완성차 업체와의 분담 비율 등 여러 변수로 인해 금액 추정에는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정교한 추정 논리 개발이 필요하며, 충당부채 설정에 대한 충분한 주석 공시가 바람직하다.
배터리 제조사는 완성차 업체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판매량 미달 시 보상금을 받는 조항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보상금 수령 시 계약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수익 인식 시기, 후속 기간에 미치는 회계 영향, 수익 분류 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완성차 업체는 손실 계약 여부를 검토하고 충당부채 설정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회계 리스크 시대…산업전문성 필수자동차 산업은 단순 제조·판매업을 넘어 에너지, 부동산, 기술 기업과 협력하는 e-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산업 구조와 사업 모델이 복잡해질수록 회계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이외의 제조업도 마찬가지이다. 건설, 조선, 방산 산업은 장기계약 기반의 수익 인식이 일반적이며, 진행률 산정, 총예정원가 추정, 손실계약 충당부채 설정 등 고도의 판단이 요구된다. 최근 원자재 가격, 환율 등 원가 추정에 대한 변동이 커짐에 따라 진행률 및 수익 추정에 있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방산, 에너지 산업은 정부와의 계약이 많고, 규제기관의 요구사항이 존재한다. 특히 최근 수출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규제 및 다양한 국가별 계약 조건에 따른 수익 인식에 유의해야 한다. 화학, 철강 산업은 환경 규제를 반영하고, 유가 등 주요한 원재료가 변동에 따른 재고 손상 검토가 이슈다. 또한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해 현금창출단위 자산 손상 이슈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제조업계는 글로벌 규제 강화, 신기술 도입, 새로운 사업 모델 등장으로 회계 처리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회계 리스크 환경에 직면해 있다. 제조업체들이 회계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산업 전문성을 갖춘 외부 회계 감사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글로벌 규제와 국제회계기준의 변화가 산업별로 미치는 영향이 다른 만큼, 각 산업의 특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정확히 이해하는 전문 감사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회계기준 준수를 넘어서, 제조업에 특화된 회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관리하는 역량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