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빈 방문…美 빅테크, 英에 58조원 쏜다

입력 2025-09-17 17:11
수정 2025-09-18 00:59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이 영국에 잇따라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에 맞춰서다.

MS는 2028년까지 4년간 영국에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300억달러(약 41조39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투자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위한 155억달러, 관련 인프라 운영을 위한 151억달러가 포함된다고 MS는 설명했다. 또 MS는 이번 투자로 영국 클라우드컴퓨팅 기업 엔스케일과 협력해 고급 그래픽처리장치(GPU) 2만3000개 이상을 장착한 영국 최대 슈퍼컴퓨터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앞서 구글도 영국에 50억파운드(약 9조410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런던 근처에 새 데이터센터도 연다. 구글은 이번 투자로 영국에서 연간 일자리 8250여 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 역시 영국에 지어질 AI 데이터센터에 자사 기술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 시장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오픈AI는 미국 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다른 국가로 확장하는 ‘오픈AI 포 컨트리’를 영국에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에서는 엔스케일 등과 협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MS, 엔비디아, 구글, 오픈AI 등 미국 빅테크가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인프라 구축, 양자컴퓨팅 개발 등에 총 310억파운드(약 58조37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기술 기업의 이번 투자 발표는 출범 1년여 만에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국 노동당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영국 기업도 미국 투자를 발표했다. 영국 제약회사 GSK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에 맞춰 향후 5년간 미국에 300억달러(약 41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에 품목 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다른 대형 제약회사도 대미 투자를 잇달아 발표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GSK 매출의 약 50%를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임기 중이던 2019년 영국을 국빈 방문한 적이 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을 두 번째 임기에는 국빈 초청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을 두 번 국빈 방문한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됐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 2월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찰스 3세 국왕의 국빈 초청장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와 조롱도 이어졌다. 이날 밤 런던 근교 윈저성 외벽에 몇 분간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사진과 영상이 재생됐다. 영상에는 트럼프 대통령 머그샷(수용자 기록용 사진),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사진 등이 담겼다. 시민 수십 명이 윈저성 앞에 모여 ‘악랄한 파시스트’ ‘거짓말쟁이’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