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투기가 미국 군대에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성사되면 사상 첫 사례다. 국내 기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미국 해군의 차세대 고등훈련기(UJTS) 도입 사업 입찰을 앞두고 록히드마틴과 팀을 이뤘는데, 강력한 경쟁자인 보잉이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산업계는 “입찰에서 KAI가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했다.
◇ 록히드마틴과 팀 꾸려 참여1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해군은 올해 고등훈련기 도입 사업의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오는 12월 접수한다. 총 145~220기의 고등훈련기를 도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계약을 맺는 업체는 연간 훈련기 25기 정도를 미 해군에 공급한다. 계약 금액은 10조원 안팎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미 해군은 내년 심사를 통해 우선협상자를 정하고, 2027년 1월 공급자를 최종 선정한다.
입찰에서 KAI는 록히드마틴과 팀을 꾸렸다. KAI는 기체 전반을 만들고, 록히드마틴은 시스템 등을 담당해 ‘TF-50N’ 기종을 앞세운다. KAI T-50 계열의 파생형으로, 한국 공군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등에서 실전에 쓰이고 있어 안정성과 효율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기종이다.
보잉은 스웨덴 사브와 손잡고 ‘T-7B’ 기종으로 입찰에 참여한다. 2018년 ‘KAI-록히드마틴’ 연합을 누르고 12조원 규모의 미국 공군 훈련기 사업자로 선정된 보잉은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로 여겨졌다. 하지만 보잉이 당시 내세운 T-7A에 안전 문제 등이 불거지며 납기일이 2023년에서 2026년으로 늦어져 이번 입찰에서 불리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 해군으로선 공군이 보잉의 T-7A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후속인 T-7B를 선정하는 데 부담이 클 것”이라며 “보잉 엔지니어들이 한 달 이상 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신뢰를 떨어뜨리는 사건”이라고 했다. 보잉 엔지니어들은 임금 40~5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이 종료되더라도 생산비용이 그만큼 뛸 수밖에 없다.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해진다는 얘기다. ◇ “美 뚫으면 다른 우방도 다 쓴다”KAI도 이번 프로젝트의 수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보완점을 찾는 동시에 ‘맞춤형 공략’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미 해군이 보잉에 불만을 품은 사항을 조사해 이와 관련한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게 대표적이다. KAI는 미국인 신체에 맞게 내부 좌석과 실내 공간 등도 변경했다.
‘KAI-록히드마틴’ ‘보잉-사브’와 함께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글로벌 방산기업 레오나르도도 경계 대상이다. 레오나르도는 ‘M-346N’을 내세우고 있는데, KAI-록히드마틴 연합에 비해 수출 실적과 해외 운용 실적이 부족해 입찰 과정에서 이 틈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내 방산업계는 KAI가 수주에 성공할 경우 세계 최대 군사대국인 미국이 한국산 전투기 성능을 인정하는 강력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군이 채택한 항공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과 제3국 수출에서도 신뢰도를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 한 방산 전문가는 “이번 UJTS 사업은 KAI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