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 제품의 중고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이어진 인플레이션에 더해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 영향으로 명품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패션 전문 매체 WWD는 15일(현지시간) “샤넬, 루이비통 등 유럽의 주요 럭셔리 브랜드가 원재료, 물류비 상승과 미국 정부의 관세 강화에 대응해 가격을 1년에도 수차례 인상하자 소비자들이 중고(리세일)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최근 세계 중고 명품 시장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 올해 350억~400억달러(약 48조~5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리세일 플랫폼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미국 최대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더리얼리얼’의 작년 총 상품 거래액(GMV)은 약 19억달러(약 2조6000억원)로 전년보다 18% 늘었고, 2025회계연도 1분기에도 19% 성장했다. 이베이의 명품 중고 핸드백 부문 연간 거래액도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를 넘어서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했다. 특히 2000달러(약 276만원) 이상 고가 제품군 거래액이 약 30% 급증했다. 유럽 최대 플랫폼 베스티에르콜렉티브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25억달러(약 3조4600억원)로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명품 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오르면서 중고 거래가 활발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샤넬의 경우 인기 모델 클래식 플랩 백의 미국 판매가를 최근 2~3년 새 30% 이상 인상했다. 미국 정부의 유럽연합(EU), 중국 등에 대한 관세 강화는 수입 비용을 높여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전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MARC그룹은 “중고, 리세일 시장 규모는 매년 8~10% 성장해 2029년에는 600억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품업계는 중고 시장 확대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버버리 등 일부 브랜드는 공식 중고 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리세일 전문 플랫폼과의 제휴를 확대하며 소비자 이탈을 막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