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금 안 떼는 배당인 '비과세 배당'(감액배당)에도 과세하는 방안을 신설키로 하면서 법안 도입 전 감액배당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을 배당하는 일반배당과 달리 감액배당은 자본준비금을 배당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제도상 감액배당은 통상 주주가 출자한 금액을 환급받는 것으로 간주해 배당소득세를 비과세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30일 정부의 세제 개편안 공개 이후 주주총회를 통해 자본준비금 감소와 이익잉여금 전입 안건을 통과시킨 기업(리츠 제외)은 △오름테라퓨틱 △한국큐빅 △노바렉스 △에스피지 △성우 △피씨엘 △아세아제지 △해성산업 등 19곳에 달한다.
감액배당은 배당소득세 15.4%를 떼지 않고 주주가 배당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과세 배당'으로 불린다. 이게 가능한 건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번 돈에서 남은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사용하는 일반배당과 달리 감액배당은 '자본준비금' 일부를 쓰기 때문이다.
감액배당은 기존 주주들이 낸 자본금을 되돌려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자본 거래로 인한 소득'으로 잡혀 비과세가 적용된다. 배당과 이자로 연간 2000만원 이상을 벌면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모든 기업이 감액배당에 나설 수 있는 건 아니다. 감액배당은 상법상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합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해야 할 수 있다. 자본준비금이 감소하는 만큼 재무적으로 여건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감액배당이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이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 세제 개편안에서 법인이 아닌 개인주주에도 감액배당액이 주식 취득가액을 초과한다면 대주주 등에 한해 초과분에 배당소득세를 물리기로 했다.
여기서 대주주는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자를 의미하며, 양도세 대주주 기준(50억원)이 감액배당 과세 범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세법 개정 움직임에 따라 기업들은 세제 개편안이 확정되기 전에 감액배당을 통한 수혜를 누리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제 개편안에서 감액 배당에 대한 과세는 비교적 저항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안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감액배당은 요건상 재무 여건이 건전한 경우에 허용되기는 하지만 결국 그 한도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실제 법 통과 이전에 다수의 기업이 감액배당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비과세 적용으로 유인이 높은 기업이나 경영권 승계 임박 혹은 상속·재산분할 등의 사유로 현금 확보 필요한 기업을 중심으로 감액배당 추진의 가능성이 높다고 강 연구원은 예상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