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성범죄자 등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에게 내리는 추가 준수사항들은 부착기간 범위 안에서 준수기간을 특정해 부과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간을 정하지 않은 명령은 위법해 해당 명령을 근거로 한 증거물도 증거능력을 가질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16일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인 A씨의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전자장치부착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 취지에 비춰 전자감독 대상자에게 내리는 ‘음주금지’ ‘음주측정 응낙’ 같은 추가 준수사항은 부착기간 범위 안에서 준수기간을 특정해 부과해야 하며 기간을 정하지 않은 명령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4년 6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4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7년을 선고받아. 법원은 2017년 12월 징역형을 마친 A씨에게 부착명령을 집행하던 중 작년 3월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음주하지 말고, 보호관찰관의 정당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추가 준수사항으로 정했다.
같은 해 4월 16일 남양주시 일대에서 보호관찰소 직원들이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A씨는 음주측정 요구를 여러 차례 거부하다가 결국 응했고, 혈중알코올농도 0.107%가 확인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이 상태로 약 8㎞를 운전한 사실도 인정됐다. 하지만 A씨는 “기간을 특정하지 않은 추가 준수사항은 위법하고 이를 근거로 한 측정 요구와 결과도 효력이 없다”고 다퉜다.
1심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과 전자장치부착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고, 2심도 이를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간을 정하지 않은 추가 준수사항은 위법하므로, 그 위반을 전제로 한 측정 요구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그 결과 얻은 음주측정 결과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