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3회땐 법인 등록말소…외국인 사망하면 3년간 인력공급 규제

입력 2025-09-15 18:14
수정 2025-09-16 02:11
정부의 노동 안전 종합 대책은 산재 발생을 기업 경영의 ‘핵심 리스크’로 만드는 제도 개선안을 총망라했다. 경제계는 “사후 처벌 위주의 대책은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없다”며 “기업들의 비용 부담만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도급 규제를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앞으로 불법 하도급 단속도 정례화하고 안전 역량을 갖춘 수급업체 선정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결국 원청기업이 하청의 안전 비용까지 떠안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건설·제조업을 중심으로 안전관리 비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걱정했다.

근로자들의 작업중지권을 확대한 것도 비용 상승 요인으로 거론됐다. 정부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 중지 요건인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를 ‘급박한 위험의 우려가 있는 경우’로 변경해 발동 요건을 완화할 계획이다. 정당한 작업중지권 행사에 불리한 처우를 하면 해당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신설한다. 경제계는 폭염과 같은 기상 재해 발생 시 현장 작업을 중단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를 획일적으로 규제할 경우 악용하는 근로자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규제를 강화한 것도 부담이다. 정부는 외국인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는 3년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없도록 규제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안전 비용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대책은 많지 않았다. 정부는 건설회사들이 안전관리 비용을 확보할 수 있도록 건설기술진흥법 등에 ‘적정 공사비 산정 의무’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공사에서도 설계서에 ‘적정 공사 기간(공기) 산정 기준’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에서 관급공사를 담당하는 모 임원은 “적정 공사비 기준은 모호할 수밖에 없다”며 “선언적인 의무 조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기업들은 특히 산업안전감독관을 대거 늘리는 정부 대책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했다. 실무 경험이 부족한 감독관이 크게 늘어나면 제조 현장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정부는 산업안전감독관을 2028년까지 3000여 명 증원하고, 30인 미만 사업장 감독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번 안전 대책은 ‘산업재해 근절’을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속전속결로 추진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12개 법률 개정안을 연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정부 대책이 발표되자 입장문을 통해 “개별 기업은 물론 연관 기업, 협력 업체의 경영에까지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정부는 사회적 논란이 되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근본적 예방 대책 없이 사후 처벌 강화에만 집중한 대책 방향을 내놨다”며 “안전보건관계 법령의 사업주 처벌은 이미 최고 수준이지만 산재 감소 효과는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의 자율안전관리체계 정착을 유도하는 다양한 지원 중심의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