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기존 주도주가 조정을 얼마나 버텨주는지에 추가 상승 여부가 달려 있습니다.”(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코스피지수가 파죽지세로 오르며 3400을 처음 돌파했다. 기존 조선·방위산업·원전 관련주에 쏠린 매수세가 반도체와 증권·금융업종으로 옮겨붙으며 나흘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차익 실현과 추가 매수 수요가 공방을 벌이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10거래일 동안 상승세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0.35% 오른 3407.31로 마감했다. 10거래일 동안 쉬지 않고 오르며 4일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266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상승을 주도했다. 개인과 기관투자가는 각각 1374억원, 137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정부가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현행대로 ‘종목당 50억원’을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단숨에 3400선을 돌파하며 장을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7월 말 이 기준을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을 내놔 시장 조정을 야기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1.46% 뛴 7만6500원으로 거래를 마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는 0.75% 오른 33만1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이진우 센터장은 “반도체 업황 전망이 최근 며칠 사이 바뀐 것이 증시에 큰 도움이 됐다”며 “미국 오라클, 브로드컴 등의 실적 전망을 통해 인공지능(AI) 전방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확인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증시 부양책의 신뢰 회복이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로 증권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키움증권이 7.21% 뛰었고 NH투자증권(5.35%), 미래에셋증권(3.39%)이 크게 상승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조정’ 등 시장 친화 정책이 뒤따를 것이란 기대로 고배당주인 지주회사와 금융주에도 자금이 몰렸다. 한화(8.39%), 삼성물산(7.05%), SK(4.72%), 우리금융지주(3.12%)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로봇주도 동반 상승했다. 이날 대통령실이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 회의’를 열고 로봇 등 신사업 성장을 막는 규제를 정비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자 제닉스로보틱스(17.52%), 로보스타(15.08%), 레인보우로보틱스(1.53%) 등이 많이 올랐다. ◇주도주 ‘조·방·원’엔 차익 실현코스피지수 신고가 랠리의 원동력이던 ‘조방원’(조선·방산·원전)과 기계장비 등엔 차익 실현 매도세가 몰렸다. 조선업체 가운데 한화오션 주가가 3.27% 떨어졌다. HD현대중공업(2.25%)과 삼성중공업(1.82%)도 하락했다. 방산 대표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6%, 원전주인 두산에너빌리티는 3.61% 내렸다.
박성철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신고가 랠리를 이끌던 주도주가 차익 실현 매물 때문에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한·미 관세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자 자동차주 매물도 쏟아졌다. 현대차가 21만5000원으로 3.8% 떨어졌고, 기아는 3.97% 하락했다.
이 센터장은 “정부 정책은 시장 신뢰를 일부 회복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환매 장에서 기존 주도주가 얼마나 잘 버텨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에 거는 과도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미 주가 상승의 재료로 활용해왔기 때문에 0.25%포인트 인하로 추가 모멘텀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코스피지수 3400 부근에서 추가 매수와 차익 실현 수요가 공방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3500 이상에선 오버슈팅(과도한 상승)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며 “코스피가 중단기적 조정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