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연 고위급 무역회담 첫날부터 기싸움을 벌였다. 미국은 틱톡 강제 매각을 공식 의제로 올렸고, 중국은 미국산 대두를 맞대응 카드로 꺼냈다.
14일(현지시간) 약 6시간 동안 이뤄진 양국 무역협상에서는 기존 쟁점이던 고율 상호관세,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중 수출 제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에 더해 틱톡과 대두 문제가 새롭게 부상했다. 미국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에서는 허리펑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끌었다.
미국은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해왔다. 지난해 4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의회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바이트댄스는 미국 내 사업권을 현지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당초 매각 시한은 올해 1월 19일이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 차례 연장해 이달 17일까지 미뤄졌다. 중국은 이를 자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과 서비스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매각 시한을 또다시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마드리드 무역협상에서 틱톡 문제가 논의되더라도 시한 만료 전에 합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시한이 또 연기된다면 1억7000만 명이 사용하는 틱톡을 당장 폐쇄하는 데 주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산 대두 수입 문제를 협상 카드로 꺼냈다.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대두 농가가 수확철에도 중국 주문이 없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 1~7월 대두 6103만t을 수입했는데, 이 중 70%가 브라질산이고 미국산 비중은 2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미·중 관세 및 무역 갈등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통해서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