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없이 작동"…한국 연구진, 자가발전 웨어러블 센서 개발

입력 2025-09-15 16:51
수정 2025-09-15 16:52
<!--StartFragment -->머지않은 미래, 스마트 패치나 피부 부착형 박막 센서 하나만 달면 혈압과 맥박이 자동 측정된다. 별도 전원 없이 작동하는 두께 0.1mm의 초박막 센서는 미세한 생체 변화까지 감지해 의료진에게 전송하고, 이상 징후기 발견되면 즉각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

15일 헬스케어 업계에 따르면 아직 꿈만 같은 미래의 웨어러블 기술이 국내 연구기관에서 개발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주형 박사는 마이크로·나노기술을 활용한 생체의료용 센서 개발 분야 권위자로, 자가 발전 방식의 박막형 센서 개발과 임상 검증에 성공해 24시간 작동할 수 있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조 박사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술의 가장 큰 한계였던 전력 공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자가 발전형 박막 압전 센서를 개발했다. 기존 웨어러블 기기는 잦은 충전이나 배터리 교체가 필요해 환자들이 충전을 잊거나 배터리가 방전되면 중요한 건강 데이터가 누락되는 경우가 잦았다.

조 박사의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심장 박동으로 생기는 미세한 피부 진동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한다. 극도로 얇고 유연한 센서는 피부에 부착해도 이물감이 거의 없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센서의 민감도 역시 기존 제품 대비 크게 향상돼 맥박의 미세한 변화까지 포착할 수 있다.

조 박사는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심각한 질병이지만, 조기 발견하고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면 환자의 예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며 "저희가 개발한 자가 발전 센서는 24시간 365일 끊임없는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압전 물질의 나노구조 최적화에 있다. 연구팀은 수백 번의 실험 끝에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변환할 수 있는 나노구조를 찾아내 심장 박동의 미세한 진동만으로도 센서 작동과 무선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전력을 생성할 수 있게 됐다.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게재돼 국제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맥박 모니터링 기술을 확보한 조 박사 연구팀은 다음 과제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지속적이고 정확한 혈압 측정기구를 구현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웨어러블 압전 혈압 센서(WPBPS)는 손목에서 측정한 맥파 신호를 정확한 혈압 수치로 변환하는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해당 센서는 독창적인 설계로 의료기기 수준의 정확도를 달성했다.

임상시험에서 웨어러블 압전 혈압 센서 측정값은 국제 표준 수준 표준혈압계 대비 95% 신뢰성을 확인했다. 24시간 연속 측정도 가능하기에 야간과 새벽 시간대 등 기존 방식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중요한 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조 박사 연구팀은 다음 과제로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바이오 메디컬 센서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웨어러블 기기마다 제각각인 측정 방식으로 인해 데이터 신뢰성과 상호 호환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표준화된 센서 설계지침 및 검증 체계를 마련해 이를 극복하는 것이 연구팀의 1차 목표다. 차세대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을 위해 세계적인 연구 기관들과 공동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조 박사는 "의료기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기준에 부합하는 검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의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와 센서 기술의 융합을 통해 실제 의료 현장과 일상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실용적인 솔루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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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