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50년만에 대변신에 나선 경북 경주보문관광단지 신라밀레니엄파크 조감도. 경북문화관광공사 제공</i>
경북 경주보문단지는 박정희 대통령이 1975년 국내 최초로 지정한 관광단지다. 울산 중화학, 포항 철강, 구미 전자 공업단지를 만들면서 산업 일꾼과 가족들의 휴양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후 관광기업의 재투자가 없어 벚꽃이나 단풍철에만 반짝 붐비는 1970~1980년대 유원지 풍경을 간직한 채 쇠퇴를 거듭했다. 이랬던 보문단지가 5성급 호텔과 스코틀랜드식 관광형 양조장, MZ세대 감성에 맞춘 글램핑장, 감성카페 등이 조성되면서 50년 만의 대변신을 시도한다.
○대변신 나서는 보문단지
경북문화관광공사(사장 김남일)는 15일 글로벌 호텔브랜드를 운영할 우양산업개발(대표 조영준), 관광형 양조장에 투자하는 부산 골든블루(대표 박소영), 리조트형 호텔을 운영할 대구 케이케이(대표 박윤경) 등 11개 투자기업과 5000억원 규모의 ‘포스트 APEC 보문 2030 민간투자 상생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주 힐튼호텔과 우양미술관 등을 운영 중인 우양산업개발은 경주신라밀레니엄파크 부지 약 4만㎡에 1800억원을 투자해 130실의 H브랜드 호텔과 글램핑 20동을 갖춘 프리미엄 숙박시설을 짓는다. 부산시 기장군에 본사를 둔 골든블루는 역시 신라밀레니엄파크 부지 2만8000㎡에 관광형 증류소와 복합문화공간을 갖춘다.
현재 보문단지 공공편익 시설 지구에 주유소를 운영 중인 케이케이는 690억원을 투자해 개방형 정원을 갖춘 4성급 리조트형 호텔 168실을 짓는다. 호텔과 양조장 외에도 스타벅스 보문로 DT점은 루프트톱 카페 공간을 확대하고 원더페이스(대표 조은진)는 115억원을 들여 헬스케어 시설 등 고급 시니어 복합시설을 조성한다.
○규제 풀어 재투자 활성화
보문단지가 이처럼 뒤늦은 대변신에 나서게 된 것은 그동안 시설 낙후에도 숙박시설지구, 상가시설지구, 공공편익시설지구 등으로 용도가 엄격하게 구분돼 재투자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남일 경북관광공사 사장은 “50년 전 마련된 낡은 규제에 묶여 기업들이 재투자를 할 수 없게 되자 보문단지가 슬럼화되고 관광객들은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고 진단했다.
공사는 지난해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이 개정(올해 4월 시행)된다는 사실을 재빨리 인지하고 전국 최초로 적용했다. 그 결과 지구 구분 없이 복합목적 시설 설치가 가능해졌고 이에 맞춰 민간투자 환경개선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50년 만에 시설지구 변경이 이뤄지자 기업의 투자 요청이 쇄도했다. 글램핑 복합시설 투자에 나선 백승엽 건우금속 대표는 “경주보문단지는 대한민국 관광의 심장과 같은 곳”이라며 ”국내 관광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계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사장은 “APEC을 치르고 난 이후 경주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보문단지에 지속적으로 민간 투자가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경주=오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