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법원장에 대한 거취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데 이어 대통령실에서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에서는 "헌정사에서 있을 수 없는 월권"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재판 독립을 보장해야 하고 내란재판부 위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조희대 대법원장 발언 공유 후 "대선 때 대선후보도 바꿀 수 있다는 오만이 재판독립인가"라고 반문했다.
전날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 독립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사법 독립을 위해 자신이 먼저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조 원장의 대립 구도는 지난 6.3 대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대표의 직격도 대법원이 6·3 대선을 앞둔 지난 5월 전원합의체를 통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던 일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원장은 취임 후 선거법 사건을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에 마친다는 소위 '6·3·3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은 상고심 결론까지 36일 걸렸고, 전합 회부 뒤 9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이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초고속 심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또한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는 "기록 6만 쪽을 이틀 만에 다 봤냐" 등 비난도 쇄도했다. 대법원은 선거법 위반 사건은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규정이 있고, 1·2심의 엇갈린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속도를 냈다며 충실하게 심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에는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카드'까지 꺼내들며 압박하는 일도 있었다. 과거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에 출석한 사례는 있지만, 현직 대법원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전례는 없다. 대법원장을 비롯해 법원에 소속된 법관들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독립성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논란은 이달 사법개혁 공방과 맞물려 증폭됐다. 지난 12일 '법원의 날' 조 원장은 재판 독립을 강조했고, 같은 날 전국 법원장 회의는 대법관 증원 등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라는 의견을 모았다. 이후 추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조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 대표는 "내란수괴, 부정부패 혐의로 전두환, 노태우를 단죄했다. 이명박도 감옥에 갔다. 박근혜와 윤석열을 탄핵한 국민들"이라며 "대법원장이 그렇게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나. 국민 탄핵 대상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여당에서 제기된 조 원장의 사퇴 요구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면서도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언급했다.
강 대변인의 첫 브리핑 이후 조 법원장 사퇴 요구 자체에 대통령실이 공감을 표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자 재차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성 훼손이라는 취지로 반발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다섯개 재판이 중단돼 있는데 내란특별재판부를 밀어붙이면서 혹시 재판이 재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났기 때문에 유무죄가 바뀔 가능성은 0%"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도 재판도 정치권의 입맛에 맞춰 하는 독재 통치 아닌가"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등 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이 어떤 식으로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