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인계획(千人計劃)'과는 질이 다른 '만인계획(萬人計劃)'을 세워야 합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내부 인재 육성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우수 인력까지 과감히 영입하고 있다"며 "기술 패권 전쟁에 맞서 인재 생태계 자체를 재설계할 한국만의 국가인재센터 설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성남수정이 지역구인 5선 중진 김 의원은 최근 대표적 원내 '지중파(知中派)'의원으로 떠올랐다. 작년 한중의원연맹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최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포함해 올들어서만 네 번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폭발적으로 변화하는 중국을 '한국 맞춤형'으로 벤치마킹하자는 것은 그의 평소 지론이다. 비자 풀어 외국인 유학생 AI 기업으로김 의원은 올해 방중 일정 중 지난달 24일부터 3박 4일간의 대중 특사 활동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측에서 마련한 숙소인 조어대(釣魚台·공식 영빈관) 17호각은 한국과 중국이 과거 수교 서명을 진행했던 장소"라며 "최근까지 헝클어졌던 한·중 관계를 정상화시킬 계기를 마련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특사단은 이 기간 중국 서열 3위 자오 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한정 국가 부주석 등을 만났다. 김 의원은 방중 성과로 "다음달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한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이때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에 합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방문으로 중국의 인재 육성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했다. 김 의원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커가는 항저우의 저장대를 방문했는데 공학을 전공하고 수억원대 연봉을 받으며 창업을 꿈꾸는 경우가 많았다"며 "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보상에서 공대가 의대보다 낮은 한국과는 상황이 크게 달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구조적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률 하락을 고려하면 인재 부족은 가장 큰 위기 상황"이라며 "인재 생태계 자체를 재설계할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이 제안한 국가인재센터 설립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특수 커리큘럼과 파격적 보상책을 제시하고, 다양한 전공을 섞는 연합형 이공계 트랙·권역별 인공지능(AI) 중심대학 확대 등도 병행돼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중국처럼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선 거침이 없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한국 이공계 학생 수가 81만명 인데 오는 2050년에는 반토막이 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며 "경직된 비자 문제를 허물어 유학으로 한국을 찾은 학생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학생은 원래 체류자격 외 활동을 하기 어렵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직접 법안을 발의한 배경이다. 그가 내놓은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첨단산업 인재를 위한 체류자격의 특례 신설을 골자로 한다. 반도체·소프트웨어(SW)·디스플레이·바이오·AI 분야의 국내 기업에서 일하려는 유학생에게 체류 기간과 체류 자격에 따른 활동 범위를 완화해주는 것이다. "반도체특별법, 이달 중 통과했으면"
인재가 꽃피우기 위해선 국회가 기업 경영을 뒷받침할 법도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법안이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반도체특별법이다. 국회법상 180일이 지나 이르면 다음 달부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 법안의 대표 발의자인 김 의원은 "52시간 예외를 빼는 것이 느닷없이 정쟁화하는 바람에 진작 통과했어야 할 법이 늦어졌다"며 "다음 달이 아니라 오는 25일 본회의에서라도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도체특별법은 국가 반도체위원회 설치,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 시설 조성 지원·신재생에너지 설비 공급 등을 골자로 한다. 그는 이를 두고 "하나도 뺄 것이 없는 법"이라며 "AI 산업의 도약을 위해서도 신속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당정이 최근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배임죄 문제에 대해서도 "모험·장기 투자를 통한 혁신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입법"이라고 꼽았다. 김 의원은 지난 7월 상법상 특별배임죄 조문을 없애고 형법상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하는 상법·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선 이후 민주당에서 가장 처음으로 발의된 배임죄 완화 법안으로, 당정의 입장과 논리가 공식화하기도 전이었다. 때문에 발의 직후엔 "일부 계층을 위한 특혜다"라는 지지자들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는 "진의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기업이 투자해 손해를 보고 배임죄에 걸리면 법무법인만 좋지 누가 모험적인 결정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배임죄 완화는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대학·지방자치단체로 이어지는 '3축 협력'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성남의 서강대 디지털혁신캠퍼스를 예로 들었다. 해당 캠퍼스는 AI와 시스템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 관해 산학협력 교육을 통한 맞춤형 인재 육성, 스타트업 지원이란 역할을 맡아 지난달 13일 출범했다. 그는 "딥시크 등 '6소룡(여섯 마리의 작은 용)' 스타트업이 항저우에서 탄생했듯 한국의 판교 테크노밸리에도 기술 기반 창업과 인재 양성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양이 충분하다"며 "교육 시스템을 보강하고, 일정 기한 근무나 조건 만족 시 주식을 지급하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제도 활성화 등이 입법으로 뒷받침되면 인재 양성은 날개를 달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강현우/최해련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