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 상장 제도에 대한 기업공개(IPO) 후보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불신이 높아지며 위축됐던 제도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의 IPO 통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채비와 세미파이브, 크몽 등 3곳이 이익미실현 특례로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를 받고 있다.
이익미실현 특례 상장 제도는 현재는 적자를 내고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기업에 상장 심사 문턱을 낮춰주는 제도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가총액, 자기자본 및 매출 기준을 넘기면 대상이 된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이익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높은 미래가치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점을 모범 사례로 삼아 ‘테슬라 요건’이라고도 불린다. 외부 평가기관의 기술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기술 특례 상장 제도와 달리 거래소의 내부 심사만 통과하면 된다.
다만 적자 기업의 상장 통로인 만큼 주관사가 의무적으로 투자자 안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주관사는 상장 이후 일정 기간까지 일반투자자 주식을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매입해야 하는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3개월간 짊어진다. 이 기간에는 손실률이 10% 이내로 제한되는 셈이다.
2016년 12월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총 22개 기업이 테슬라 요건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하지만 2023년 파두가 매출 부풀리기 논란에 휘말리면서 특례제도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이 확산돼 다소 위축됐다. 이에 해당 특례를 통한 상장 기업은 2021~2022년 연간 5곳에서 2023년 2곳, 2024년 3곳으로 줄었다.
올 들어 채비와 세미파이브 등 연 매출이 1000억원 수준의 기업들이 이익미실현 특례를 통한 코스닥 상장에 나서면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두 회사 모두 1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넘보는 곳들이다. 올해 이익미실현 특례로 상장한 엠디바이스와 아이티켐의 주가도 상장 이후 공모가를 상회하고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제도 전반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게 상장 기회를 준다는 본래 취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익미실현 특례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풋백옵션으로 투자자 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기술특례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다. IB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성장성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