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려 나섰다가 숨진 고(故) 이재석 해양경찰관의 유족이 해경 내부에서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폭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15일 인천해양경찰서 소속인 이 경사의 유족은 "영흥파출소장과 인천해양경찰서장이 이 경사와 함께 근무했던 당직자 4명에게 '진실을 밝히지 말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이날 오전 8시 이 경사 장례 절차 이후 인천 동구 청기와장례식장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유족은 해경에 규정된 '2인1조 출동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고인의 비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 규정인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 규칙 제37조 3항에는 '순찰차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2명 이상이 탑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유족은 "2인1조 원칙이 지켜졌다면 이 경사가 홀로 위험에 노출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당직자 4명이 장례식장에 찾아와 알린 사실을 공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추진한다"고 했다. 사건 당시 이 경사는 총 6명과 함께 당직 근무 중이었지만, 자신과 팀장을 제외한 4명은 휴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외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며 "유가족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의문이 없이 명명백백하게 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15일부터 26일까지 약 2주간 활동한다.
앞서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 16분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에서 밀물에 고립된 70대 중국인 A씨를 구조하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자신이 착용한 구명조끼를 A씨에게 입혀주고 구조를 시도했으나, 밀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공개된 무전 기록에 따르면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 16분께 "요구조자(70대 중국인 A씨)가 꽃섬에 있으며 상의를 탈의한 상태라 이동 후 이탈시키겠다"고 보고했다.
함께 근무하던 B팀장이 "꽃섬까지 직접 가야 하는 상황이냐"고 묻자 이 경사는 "(A씨가) 아예 주저앉아 있어 직접 가서 이탈시켜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드론업체에서 여러 차례 (A씨에게) 나가라고 했지만 힘들어 못 나가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홀로 순찰차를 몰고 현장에 도착한 그는 "A씨를 확인했으며 입수해서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다시 보고했다. 이에 B팀장이 "입수? 수심이 얼마나 되는지, 혼자 가능하겠어? 누구 좀 보내줄까?"라고 묻자 이 경사는 "(지원 인력이) 필요할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물이 발목 정도 차오른다. 일단 가보고 만나서 다시 보고하겠다"고 전했다.
2시 54분 이 경사는 "A씨 발이 베여 거동이 어렵다. 제 구명조끼를 벗어드려 이탈시키겠다. 현재 물은 허리 정도 차고 있다"고 보고했으나, 3시 14분 B팀장의 마지막 호출 "재석아, 교신 가능하면 언제든 연락해봐" 이후 교신은 끊겼다.
B팀장은 이후 다른 동료들에게 "재석이는 헤엄치고, A씨는 걸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하며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 경사는 같은 날 오전 9시 41분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