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별로 흩어진 금융 공공기관들이 불필요한 시장 경쟁을 벌이면서 금융 부실과 정책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전세 사기 대책’ ‘스타트업 육성’ 등 정부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개별 부처가 산하 기관의 영향력과 조직을 키우는 데 치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급한 전세보증 잔액은 2019년 139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287조6000억원으로 5년간 147조8000억원(105.7%) 증가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액이 49조4000억원에서 144조6000억원으로 세 배가량으로 불어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전세대출도 같은 기간 90조4000억원에서 143조원으로 52조6000억원 늘었다.
공공기관 전세보증은 2019년 빌라와 다가구주택의 전세 사기가 사회문제로 부상한 뒤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금융위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산하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을 새로 출시하자 그동안 시장을 독점하던 국토교통부 산하 HUG가 ‘보증료 할인’ 등으로 맞대응하면서 공공기관 간 경쟁이 과열됐다. 늘어난 전세보증은 아파트 ‘갭투자’ 리스크를 낮췄고, 이는 수도권 아파트값을 밀어 올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됐다.
주무부처가 다른 공공기관 간 기능 중복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 산하 신용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술보증기금이 같은 기업에 제공한 중복 보증 규모는 매년 1조원이 넘는다. 한국수출입은행(기획재정부)의 대외채무보증과 무역보험공사(산업통상자원부) 중장기수출보험도 겹친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내 벤처투자 모펀드를 운용하는 성장금융투자운용(금융위)과 한국벤처투자(중기부)는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처별로 비슷한 금융 공공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조정하지 않으면 과잉 중복 투자 같은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재원/서형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