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장관 뉴욕서 '빈손 귀국'…관세협상 이견 못 좁힌 듯

입력 2025-09-14 18:07
수정 2025-09-15 00:55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500억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귀국했다.

14일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 뉴욕을 방문 김 장관은 이날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 10일 미국으로 출국한 김 장관은 12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뉴욕 모처에서 만나 관세 협상 대가로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 대미 투자 이행 방안에 관해 집중 논의했다.

양국은 관세 협상 타결 이후 협상 내용의 ‘문서화’를 놓고 실무 협의를 벌이고 있다. 대미 투자펀드의 구조, 투자 방법, 이익 배분 방식 등에 대해 견해차가 크다. 통상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미국 내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넣는 방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유럽연합(EU)이 미국과 합의한 대로 보증 및 대출 형식의 투자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투자 수익 배분도 일본과 비슷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5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한 일본은 원금을 회수할 때까지 투자 수익금을 50 대 50으로 나누다가 회수가 끝나면 미국이 90%를 갖는 방식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비(非)기축통화국으로서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금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원하는 ‘현금 3500억달러’는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 4163억달러의 84.1%에 달한다.

정부 안팎에선 협상 교착 상태가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관세 협상과 관련해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한참 더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같은 날(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한국이 협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관세(상호관세 25%)를 내면 된다”고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수출되는 일본산 자동차의 관세율은 16일부터 15%로 낮아진다. 한국산은 협상의 문서화가 완료되기 전까지 25%의 관세를 부과받는다. 당분간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편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에게 최근 미 조지아주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등 331명이 이민세관단속국에 체포·구금된 사건과 관련해 우려를 표하고, 양국 비자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선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비자 워킹그룹’ 출범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김대훈/이현일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