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재정 중독’ 후폭풍으로 내각이 붕괴한 데 이어 국가신용등급까지 강등된 것을 두고 한국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 지출이 한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나면 정치적으로 줄이고 싶어도 줄이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프랑스 사태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다.
14일 기획재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한국의 의무지출은 본예산 기준 올해 365조원에서 2029년 465조7000억원으로 연평균 6.3%씩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생·고령화로 각종 연금 등 복지 지출이 증가하고 덩달아 국채 이자 부담도 커지는 영향이다. 내년에만 국채 이자로 36조원을 내야 한다. 의무지출은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워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확장 재정 기조인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아동·농어촌 수당 등 각종 현금성 정책이 쏟아지면서 국채 발행 규모가 더 커졌다. 국가채무는 내년 처음으로 1400조원을 넘어선 뒤 매년 100조원씩 불어나 2029년에는 178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내년에 51.6%로 처음 50%를 돌파한 뒤 2029년에는 58%가 된다. 비기축통화국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6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기재부가 최근 내놓은 ‘제3차 장기재정전망’(2025~2065)에 따르면 구조개혁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 2045년 97.4%, 2065년 156.3% 등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무디스 연례협의단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찾아 “아직은 재정 비용과 부채 부담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적극적으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조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프랑스는 국가채무와 더불어 정치적 불안전성이 굉장히 컸기 때문에 이번 신용등급 평가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고령화로 의무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특히 빠른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