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대 화백(89)은 한국 추상미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국내 최고 권위의 미술 공모전이던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추상미술 최초로 상을 받은 사람이 바로 그다. 김 화백은 1961년 국전에서 ‘환원 B’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상을, 이듬해에는 ‘작품 B’로 특선을 받으며 추상회화를 미술계 제도권에 들여놓는 데 기여했다.
그는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미술교육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이화여대 서양화과 교수를 지냈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고 지난해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추대된 원로 작가다.
김 화백의 대표 연작 ‘후광’은 캔버스에 모델링 컴파운드와 아크릴물감을 융합해 겹겹이 쌓고 붓질을 수십 번 더해 완성했다. 어릴 적 어머니의 포목점에서 본 비단과 모시를 투과하던 은은한 빛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이다. 그는 “대웅전 천장에서 새어 나오는 빛, 한복에서 나오는 빛, 창호지에서 나오는 빛을 작품에 담는 게 평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 소공동 금산갤러리에서 김 화백의 개인전 ‘후광(헤일로)’이 열리고 있다. 60여 년간 그가 빚어낸 빛의 세계를 마주할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