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이 체포된 사건을 계기로 국내 대형 로펌들이 이민법·비자 자문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부터 해외 법인 출장 시 업무 범위와 비자 리스크를 검토해 달라는 자문이 늘고 있어서다. 로펌들은 미국 진출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강화와 위기 대응 매뉴얼 구축을 강조한다.
◇로펌 기업 비자 자문 수요 급증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지평, 광장 등은 이번 조지아 사건과 관련해 국내 기업을 대리해 미국 이민국에 구금된 임직원을 위한 긴급 대응 지원 업무를 수임했다. 지평은 ‘글로벌 리스크 대응센터’ 센터장인 정철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를 중심으로 미국 대형 로펌에서 20여 년간 글로벌 업무 경험을 쌓은 앤드류 박 외국변호사가 합류해 전문성을 높였다. 광장은 김상훈 변호사(36기) 등을 중심으로 기업 오너들의 싱가포르, 홍콩 이민 자문 업무도 수행 중이다.
태평양은 임성남 전 외교부 1차관과 인천공항출입국 외국인청장을 지낸 장세근 고문을 중심으로 ‘글로벌 모빌리티 센터’에서 종합적인 출입국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율촌은 나욱진(33기), 강상묵(34기) 변호사 등 국제형사팀을 중심으로 이민법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나 변호사는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 직무대행 재직 시 미국 HSI와 협력하며 출입국사범 등 공조 업무를 총괄한 경험이 있다.
세종은 이용우 대표변호사(28기) 등 해외규제그룹과 행정소송그룹 소속 변호사를 중심으로 이민법·비자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홍규 변호사(변호사시험 4회)는 최근 국내 기업 임직원이 단기 상용(B-1) 비자로 해외 법인 출장에서 단순 회의 참석을 넘어 공장 관리 등 실질적 업무를 할 때 리스크를 검토하는 자문을 제공했다.
화우는 조지아 사건 이후 국내 기업들로부터 미국 출장 등과 관련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 업무 의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앤장법률사무소는 법무부 출입국 미국 이민당국 출신 등 전문가 20여 명으로 구성된 이미그레이션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린은 조지아주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 직원 3명이 입국 거부를 당하자 체계적 컴플라이언스 정비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기업은 미국 법인의 조직도와 직책별 업무 기술서를 상세히 작성하고, 추가 매니저급 현지 채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컴플라이언스 구축 계기 삼아야”로펌업계는 기업에 사후 대응하기보다 사전 예방 중심의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주우혁 린 외국변호사는 “이번 조지아 구금 사건은 미국의 불법 이민 단속 정책과 제조업 투자 유치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한 사례”라며 “향후에는 합법성과 지속 가능성을 전제로 한 현지화 전략 없이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B-1 비자나 전자여행허가(ESTA)로 미국에서 할 수 있는 적법한 활동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계약 협상, 거래처 상담, 사업 투자 준비 등 계약 업무와 비즈니스 회의, 박람회 참석 등이 가능하다. 일시적 기술 컨설팅과 자사 제품 설치·교육도 허용되지만 건설업 관련 작업은 절대 금지되며 미국 기업에서 임금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입국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답변이다. 방문 목적을 물으면 “현장 일 도움”이 아니라 “본사 업무 일시적 컨설팅”이라고 답해야 한다. 업무 내용에는 “공장에서 일한다”가 아니라 “제품 설치, 교육 출장”이라고 명확히 해야 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