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SK렌터카 대표는 “계약 기간이 남았더라도 렌터카를 다른 차로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빌린 렌터카라도 고객끼리 자유롭게 바꿔 타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관철동 SK렌터카 본사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차를 소유하면 언제든지 팔고 새로 살 수 있는 것과 달리 렌털은 약정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문제가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내년께 마련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의 말처럼 렌터카 교환 플랫폼이 생긴다면 국내 첫 사례가 된다.
이 대표가 계획하고 있는 렌터카 교환 플랫폼은 기존 렌트의 단순 승계와는 성격이 다르다. 경제적 사정으로 차량을 넘기는 구조가 아니라 취향과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맞바꾸는 방식을 지향한다. 그는 “4년 약정 차량을 2년만 쓰고 나머지 2년은 다른 고객과 교환해 이용할 수 있다”며 “결혼, 출산, 이사, 출퇴근 변화 등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차를 바꿔 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객끼리 차를 바꾸면 사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과정에서 SK렌터카가 플랫폼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이력, 침수 여부, 배터리 상태 등을 꼼꼼히 확인해 우리가 품질을 보증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안전·품질 검증을 통해 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정보 비대칭성을 바로잡아 렌터카 시장을 더 키운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지난해 4월 SK렌터카를 사들인 뒤 지난해 8월 20일 대표로 취임했다.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이 대표는 중고차 플랫폼 오토플러스 대표를 2019년부터 4년간 맡았을 정도로 모빌리티업계에서 잔뼈가 굵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합리적 소비 또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맞물려 자동차 시장에서도 구독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자동차는 사자마자 감가가 시작돼 매년 10%씩 가치가 떨어지고 4년만 지나도 소유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렌털은 이런 감가 리스크를 없애준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SK렌터카의 성장 동력으로 ‘타고바이’ 상품을 더 키우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타고바이는 고객이 일정 기간 렌트하다가 마음에 들면 위약금 없이 인수할 수 있는 상품이다. 그는 “소비자에겐 선택권을 주고 회사엔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중고차 인증 사업 진출과 관련해선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선을 그은 반면 애프터마켓 시장 진출 의사는 내비쳤다. “현재 전국에 120명의 방문 정비 인력을 뒀는데 타이어나 오일 교체 등을 더 저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취임 1년 성과에 대해 “성과 즉시 보상 체계를 마련해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준 것”이라며 “영업사원 1인당 월간 렌터카 계약 대수가 7대에서 20대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