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이어 낸드도 공급 부족…삼성·하이닉스 실적 날개 단다

입력 2025-09-14 17:04
수정 2025-09-15 00:43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첨단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도 ‘쇼티지’(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부진하던 낸드 업황까지 회복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샌디스크는 이달 초 고객사에 낸드플래시 제품 가격을 10%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부문에서 모두 강력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다. 샌디스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마이크론에 이은 5위 낸드플래시 업체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非)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낸드는 2020~2021년 메모리 슈퍼사이클 이후 2022년부터 극심한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됐다. 메모리 3사가 과점하는 D램과 달리 공급 업체가 5곳에 달하는 데다 전방 시장인 스마트폰과 PC가 침체에 빠지면서다.

업황 반등을 이끄는 것은 데이터센터의 ‘업그레이드’ 수요다. 데이터센터 저장장치는 통상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대세였는데, 클라우드 기업을 중심으로 저장과 읽기 속도가 훨씬 빠른 낸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저장장치를 교체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내년 낸드 공급이 수요보다 최대 8%까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특히 기업용 제품인 eSSD의 공급 부족이 심해질 것으로 내다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HDD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SSD로 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선두 업체로 글로벌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32.9%), SK하이닉스(21.1%), 키옥시아(13.5%), 마이크론(13.3%), 샌디스크(12%) 순이다. eSSD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각각 34.6%, 26.7%로 60%가 넘는다.

차세대 제품인 고대역폭낸드플래시(HBF)도 중장기적으로 낸드 구매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HBF는 HBM(D램)처럼 낸드플래시를 수직으로 쌓은 고성능 반도체다. 데이터 고속 전송을 담당하는 휘발성 메모리인 HBM에 HBF를 붙이면 AI 가속기 전체의 성능이 더욱 향상될 수 있다.

샌디스크는 낸드를 16단으로 적층한 HBF1(1세대 제품) 샘플을 내년 출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낸드 시장을 잡기 위해 샌디스크와 HBF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지난달 맺었다. 업계에선 HBF가 이르면 2030년부터 AI 가속기에 본격 장착될 것으로 관측했다.

D램의 공급 부족도 HBM과 같은 첨단 메모리에서 범용 제품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고객사의 ‘견적 제시’를 모두 중단했으며 DDR4, DDR5, LPDDR4, LPDDR5 등 모든 저장장치 제품 가격을 20~30% 인상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