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주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한 젊은 보수 논객 찰리 커크(31) 피격 사망 사건이 미국 내 Z세대들에게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커크의 사망 이후 소셜미디어(SNS) 정치에 익숙한 미국의 젊은 Z세대가 충격에 휩싸였다. 커크의 보수적이고 때로는 과격한 정치적 발언에 동의하지 않았던 진보 성향의 청년들 역시 또래의 비극에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한다.
하워드대 대학생 아마 바푸르는 "그가 누구이고, 그의 신념이 무엇이든 누구도 그렇게 죽고 암살당해서는 안 된다"며 "그에게는 수정헌법 제1조에서 명시한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했다. 예일대 공화당 학생회 회장인 마누 안팔라간은 민주당 측 회장과 함께 이번 암살 사건을 비난하는 논평을 공동 집필해 "양측 모두 대화와 토론을 통해 더 존중하고, 더 시민답게 행동하도록 정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커크는 2012년 18세의 나이에 보수주의 정치운동 '티파티' 활동가 윌리엄 몽고메리와 함께 '터닝포인트 USA'를 창단했다. 이후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그를 지지하는 운동을 펼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개인 보좌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커크는 이어 SNS와 팟캐스트, 라디오를 통해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하며 보수 진영의 젊은 층을 결집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그가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과 직접 만나 토론하는 영상은 틱톡, 유튜브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며 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여론조사 기업 입소스가 로이터 의뢰로 시행한 지난해 10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8~29세 응답자 중 대다수는 '내가 속한 정당의 누군가가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폭력을 저지르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가'는 물음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단 6%에 그쳤다. 아무리 정치가 극단으로 치달았더라도, 폭력은 배격해야 한다는 게 대부분 Z세대의 인식인 셈이다.
앞서 커크는 지난 10일 낮 유타주 유타밸리대학에서 이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청중과 문답하던 중 22세 남성 타일러 로빈슨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로빈슨은 행사장에서 약 180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고성능 총기를 활용해 단 한 발만 발사해 커크를 암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용의자)가 사형 선고를 받기를 바란다"고 이날 폭스뉴스에서 말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총기 테러가 아니라 정치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나타난 비극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유명 정치인을 향한 폭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것을 두고 "미국이 정치적 폭력의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커크 사망 이후 성찰하는 분위기 없이 우익 성향 블로그에서 복수와 보복을 요구하는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좌파 탄압을 정당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