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도시에서 주거비 부담은 이미 임계선을 넘어섰습니다. 미국에서는 임차 가구의 절반이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쓰고 있으며, 그중 1200만 가구는 절반 이상을 집세로 지출하는 '심각 부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유럽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런던, 바르셀로나, 이스탄불 등 주요 도시에서 임대료 부담률은 소득의 70~100%에 달해 중산층조차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이 가격 대비 소득 비율 14.4배로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도시로 꼽혔고, 시드니(13.8배), 밴쿠버(12.3배), 산호세(11.9배) 등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이 글로벌 위기 속에서 도쿄가 보내는 신호는 특별합니다.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 앳홈(At Home)의 조사에 따르면, 도쿄 23구 가족형 아파트의 평균 임대료는 가처분소득의 약 34%를 차지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30% 임계선을 넘어섰습니다. 재무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가계 안정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30% 기준을 4%포인트 초과한 것으로, 도쿄가 뉴욕이나 런던과 비슷한 수준의 고비용 도시군에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도쿄 임대료 상승의 배경은 구조적입니다. 코로나19 시기 교외로 이동했던 수요가 정상화 이후 다시 도심으로 몰렸고, 맞벌이 가구는 통근 편의성을 이유로 주택 구매 대신 임대를 선택했습니다. 같은 기간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45% 급등했지만, 임대료는 17%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이로 인해 '구매 포기→임대 수요 증가→임대료 상승'의 악순환이 굳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도쿄는 다른 글로벌 도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일본은 단독주택 건설을 강제하지 않는 유연한 용도지역제를 통해 다양한 주거·상업·복합 개발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특한 주택 감가상각 제도와 빠른 재건축 사이클을 통해 공급 탄력성을 유지해왔습니다.
지진 대응을 위한 내진 설계 강화는 오히려 재건축을 촉진해 새로운 공급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른바 '도쿄 모델'은 도시의 매력도를 유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가격 억제 효과를 발휘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34% 돌파는 그 균형이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해외 투자자 관점에서 도쿄의 주거비 부담률 상승은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내포합니다. 기회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임대 수요를 들 수 있습니다. 도심 접근성과 생활 편의성을 중시하는 맞벌이 가구가 꾸준히 임대 수요를 뒷받침하면서 공실 리스크가 낮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도쿄의 임대수익률은 3.2~4.2%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도시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으며, 홍콩이나 시드니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낮은 금리, 그리고 엔화 약세는 외화 투자자에게 추가적인 기회를 제공합니다.
투자 전략의 핵심은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접근입니다. 도심 중심가는 프리미엄 임대료와 안정적 수요를, 준도심 지역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성장 잠재력을 제공합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소형 아파트(1K, 1DK)나 원룸형 물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나 젊은 직장인들의 임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물건들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으면서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험 요소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장기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경우 임대료 규제 같은 정책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고, 세입자의 지불 능력이 한계에 도달하면 일부 시장에서는 공실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습니다.
결국 도쿄의 '34%'라는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글로벌 도시 주거비 위기의 단면이자 투자자에게 주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안정적인 임대 수익 기반, 합리적 진입 가격, 엔화 약세라는 기회 요인을 주목하면서도, 사회 구조적 불안정성과 정책 변수라는 리스크를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할 시점입니다.
도쿄는 여전히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드문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해석과 전략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철저한 선별과 정밀한 설계 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이러한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성공적인 해외부동산 투자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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