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과 용산은 이제 현금 부자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된 것 같습니다.”(서초구 잠원동 A공인 대표)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9·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닷새가 지나면서 수요자와 현지 중개업소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대한 대출 규제를 더 강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반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1기 신도시는 행정 절차 단축으로 재건축·재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주 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정책이 당장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 줄었지만 신고가는 이어져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7월 313건에서 8월 80건으로 74.4% 급감했다. 서초구도 같은 기간 195건에서 70건으로 64.1% 줄었다. 잇따른 대출 규제 등에 거래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6월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이어 9·7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강남 3구·용산구)에서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50%에서 40%로 강화했다. 강남구 신사동 B공인 관계자는 “대출 규제 강화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다량의 현금을 확보한 사람만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잇단 정부 규제에도 집주인들은 관망하며 호가를 내리지는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역삼동 C공인 대표는 “앞으로 대출받아서 집을 사기보다는 현금으로 구매하거나 자식에게 증여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어 매도자가 가격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7월 서초구는 전체 거래 192건 중 118건(61.5%)이 신고가에 손바뀜했다. 가격대별로 30억원 초과 주택이 신고가 거래의 44%(52건)를 차지했다. 용산구(59.5%)와 강남구(51.6%)도 전체 거래의 절반 이상이 최고가로 거래됐다.◇3기 신도시, 기반 시설 부족 우려
정비사업 절차 단축 등으로 성남 분당 등 1기 신도시는 재건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이주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분당구 이매동 D공인 대표는 “고도 제한이 완화되면서 문의가 많이 늘었고, 이번 공급 대책으로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면서도 “이주 문제로 재건축 순서가 밀린 단지는 일정이 더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족용지의 주택용지 전환 등이 이뤄지면 남양주 왕숙지구, 고양 창릉지구 등 3기 신도시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 일대 주민이나 매수자는 이번 정책을 반기지 않는다”며 “사실상 논밭 갈아서 맨땅에 아파트를 꽂아 넣는 식이어서 기반 시설 부족이 뻔히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도내동 주민들은 서울 쪽 출퇴근길이 엄청나게 막혀 힘들어한다”며 “교통 문제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안정락/손주형/오유림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