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發 패싱…'가짜 사장' 된 중기인

입력 2025-09-11 17:47
수정 2025-09-12 01:09
국내 조선회사 하청업체를 이끄는 A대표는 얼마 전 노조 요청으로 교섭에 응했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노조 대표들이 협상장에서 “진짜 사장은 원청 회사 대표니 앞으로 최종 협상은 원청사와 하겠다”고 엄포를 놔서다. A대표는 “하청 회사와 교섭이 잘되면 원청사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지 않으니 노조가 의도적으로 나를 패싱해 난 ‘가짜 사장’이 됐다”고 토로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여파로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원청 회사 대표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노란봉투법을 앞세워 하청업체인 중소기업 대표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노조가 늘면서다. 6개월 유예기간을 둬 아직 법 시행 전이지만 중소기업 대표들은 이미 가짜 사장으로 전락했다며 무력감을 호소한다.

이런 상황은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중소·중견기업 62곳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1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전체의 45.2%가 노란봉투법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했고 37.1%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추진한 기업 관련 정책 중 ‘노란봉투법이 가장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도 43.5%로 가장 많았다.

황정환/은정진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