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장류의 기준·규격을 단순화하는 방침을 추진 중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중진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약처가 관리 용이성을 확보하기 위해 초안을 내놓았지만 민간단체와 식품 업계가 모두 반발하면서 정치권까지 움직이는 모양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은 전날 '장류 식품공전 개악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와 회견을 갖고 현행인 '장류 대분류'를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송 의원은 "전통 메주와 장류는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우리 고유의 것인데 성분이 비슷하다고 해서 기원이 다른 음식을 일원화하겠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라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최근 '장류(대분류)'라는 별도 분류 체계를 '조미식품류(대분류)-장류(중분류)'로 통합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 제조 방식으로 만든 한식메주, 한식간장, 한식된장도 각각 개량메주, 양조간장, 양조된장과 합치려 하고 있다.
대책위 정책위원장을 맡은 최애란 간장협회 이사는 전날 함께 열린 토론회에서 "전통식품 인증을 받은 장류 생산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식품공전이 전통 장류를 제대로 분류하지 않으면 대다수 전통장류 생산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김치를 한식 김치라고 부르진 않는다"며 "구분은 그대로 두고 오히려 전통 방식으로 만든 메주·간장·된장들에 '한식'이란 표현도 떼자는 것이 대책위와 정리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위 주장에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도 힘을 싣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4선이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출신 이개호 의원은 "장류는 한민족의 영혼이 깃든 음식"이라며 "전통발효 장류와 양조장류를 통합하겠다는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3선의 농해수위 위원장인 어기구 민주당 의원과 윤준병 의원 등도 지지 의사를 표했다.
식약처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문귀임 식약처 식품기준과장은 "이번 개편은 장류만이 아니라 290개 식품 유형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현재 초안이 만들어져 의견을 듣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산하 식품안전정보원의 김원용 정책연구실장은 "25개로 비대해진 식품공전 대분류를 간소화하기 위해 통합 개정안을 만들었을 뿐"이라며 "의견을 모아 더 나은 개정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