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서울에 집 한 채를 보유한 가족은 상속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상속세 제도를 개편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최대 10억원인 상속세 공제 한도(세금을 물리지 않는 상한액)를 18억원까지 올려 지난해 처음 2만 명을 넘은 상속세 납부 대상자를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서울의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상속세 공제 한도는 28년 전 그대로여서 집주인이 사망한 뒤 집값이 10억원이 넘으면 넘은 부분의 30~4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며 “가족이 죽은 것도 억울한데 남은 가족이 세금을 내지 못해 집을 팔고 떠나야 하는 건 너무 잔인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평균 집값을 넘지 않는 집 한 채를 가진 가족은 계속 살 수 있도록 공제 한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상속세법을 한꺼번에 고치자”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게 지시했다.
현행 상속세 공제는 1997년 이후 최대 10억원(일괄 공제 5억원+배우자 공제 5억원)으로 고정돼 있다. 가장이 사망하면 배우자와 자녀는 상속 자산 중 10억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 10~50%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수도권 집값이 급등해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지난해 2만1193명으로 2020년(1만181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대선 당시 상속세 공제 한도를 올리겠다고 약속한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임광현 국세청장의 법안을 사례로 제시했다. 임 청장은 국회의원 시절인 작년 8월 상속세 공제 한도를 18억원으로 올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4억9321만원이다. 상속세 공제 한도가 18억원으로 오르면 대부분 수도권 중산층은 상속세 부담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세수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상속세는 8조5000억원으로 2010년(1조2000억원)보다 일곱 배 늘었다. 다만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은 정부가 지난 3일 제출한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는 담기지 않아 내년부터 바로 시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