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새만금공항 제동…"조류충돌 위험 무안의 635배"

입력 2025-09-11 17:47
수정 2025-09-11 23:46
법원이 국토교통부가 지역 균형 발전 일환으로 추진해 온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이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시민 약 1300명이 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 1심에서 시민들 손을 들어주면서다.

국토부가 계획 수립 단계에서 조류 충돌 위험과 인근 서천 갯벌 등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평가를 부실하게 했다는 게 법원이 내린 결론이다. 경제성 없는 지역 개발 사업이 제대로 된 환경 영향 평가 등을 결여한 채 무분별하게 추진돼 온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당성·환경영향 평가 부실” 지적
서울행정법원 제7부(수석부장판사 이주영)는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에 참여한 시민 1297명이 국토부를 상대로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11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22년 9월 소송이 제기된 지 꼭 3년 만에 나온 1심 결론이다.

법원은 국토부가 공항 입지 선정을 두고 진행한 타당성 평가와 갯벌 등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을 측정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이 전반적으로 부실했다고 판단했다.

조류 충돌 위험과 관련해 재판부는 “국토부가 위험 정도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고, 이를 입지 대안 비교·검토 과정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새만금 국제공항 부지의 연간 예상 조류 충돌 횟수는 45.9293회(부지 반경 13㎞ 기준)로, 인천국제공항(2.9971회)과 인근 군산공항(0.0484회), 무안국제공항(0.0722회)에 비해 최대 635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공항은 국토부가 새만금 국제공항 부지와 조류의 서식 환경, 규모 등이 비슷하다고 주장한 곳이다.

공항 부지를 포함해 7㎞ 떨어진 서천갯벌에 미칠 악영향도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서천 갯벌은 습지 보호 지역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재판부는 “염습지(바닷물이 드나드는 습지)인 사업 부지에는 천연기념물 등 법정보호종 조류가 다수 서식하고 있어 이들의 취식·휴식지 파괴, 개체 수 감소 등 상당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며 국토부가 이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대책도 제시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국토부 “조류 충돌, 해결 가능” 입장 고수새만금 국제공항은 국토부가 2028년 완공, 2029년 개항을 목표로 2022년 6월 발표한 개발사업이다. 2019년 1월 국가 균형 발전 프로젝트로 선정돼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다. 법원은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B/C)이 0.479에 불과해 사실상 경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예타까지 면제받은 채 추진되려면 사업으로 달성될 공익이 침해될 공익 또는 사익보다 상당한 정도로 우위에 있어야만 정당화된다”고 전제한 뒤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이 이 기준에 못 미쳤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사업의 후속 단계에서 입지를 변경하기 어려운 데다 조류 충돌 위험을 낮추고 서천 갯벌에 미칠 악영향을 해소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며 “(국토부가) 잘못된 전제에서 이익 형량을 수행해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계획을 세웠다”고 결론 내렸다.

공동행동 측을 대리한 최재홍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는 “새만금이 끝이 아니다. 백령도, 흑산도 공항이 남아 있다”며 “무분별한 공항 설치 행위에 제동을 걸 획기적 판결”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국토부는 “위법 사유 등을 살펴본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란 입장을 냈다. 재판의 쟁점이던 조류 충돌 위험성은 대체 서식지 조성, 조류 퇴치 시스템 도입 등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연간 50회에 가까운 조류 충돌이 예상된다는 것과 관련해선 “조류 퇴치 활동이 전혀 없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의 결과로, 실제 위험은 더욱 낮다”고 했다. 김형우 전북특별자치도 건설교통국장은 “국토부가 항소할 것”이라며 “공항은 새만금 발전뿐만 아니라 기업 유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2심에서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서우/황동진/유오상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