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를 압박하는 까다로운 자본 규제도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생산적 금융’에 제약을 거는 요인으로 꼽힌다. 벤처기업에 투자한 금액의 네 배까지 회계장부에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모험자본 공급을 대폭 늘리기 어려워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벤처캐피털 계열사들이 올 들어 8월까지 집행한 투자금액은 총 4941억원에 그쳤다. 작년 전체 투자 집행 규모는 8454억원이다. 이들 금융지주의 몸집에 비하면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4대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에만 10조324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작년 전체 순이익은 16조3532억원이다.
최근 경기 침체 등으로 벤처투자 자체가 위축된 영향이 가장 크지만, 고강도 자본 규제 역시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금융지주 계열사가 비상장사 주식에 투자하면 투자금액의 100~400%를 RWA로 반영해야 한다. 하한이 100%이긴 하나 정부의 보수적인 기조로 400%를 적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RWA가 불어나면 자본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떨어진다. 이는 금융지주의 투자 및 주주환원 여력 약화로 이어진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모험자본 공급을 늘릴수록 CET1 유지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국민성장펀드의 경우 은행의 출자금은 위험가중치를 기존보다 낮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