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5조원+α' 특수채 쏟아진다…채권시장 블랙홀 되나

입력 2025-09-11 17:49
수정 2025-09-12 00:58
75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이 내년부터 매년 15조원어치 한도로 채권을 발행한다. 여기에 3500억달러(약 48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채권을 추가로 발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쏟아지는 공사채(특수채)가 채권시장 유동성을 빨아들여 ‘구축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해 말 출범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은 내년에 채권 15조원어치를 발행한다. 정부가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10대 첨단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하는 이 기금은 당초 50조원에서 75조원으로 증액됐다. 75조원은 정부의 원리금 상환 보증을 바탕으로 채권을 찍어 조달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투자처가 많은 만큼 내년엔 발행 한도인 15조원을 꽉 채워서 발행할 전망”이라며 “만기는 2~20년으로 시장금리를 바탕으로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 투자펀드도 채권시장의 변수로 떠올랐다. 3500억달러를 조성하는 이 펀드는 산은과 수은의 지원을 바탕으로 자금을 충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산은과 수은은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더 찍을 수밖에 없다. 연간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산은채·수은채 등 특수채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으로 시장에 새로 공급되는 특수채 15조원어치는 올 들어 이날까지 채권 순발행액(139조7339억원)의 10.7%에 달하는 물량이다. 특수채는 정부가 보증하는 만큼 최근 신용등급인 AAA급으로 발행된다. 그만큼 국고채·회사채로 몰리는 투자금 일부를 흡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시장금리를 밀어 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장기채 금리도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4월 연 2.588%로 떨어진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달 10일 연 2.833%까지 뛰었다. 유럽 장기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인 데다 국내 수급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 채권에 기존 공급망안정화기금 채권 등 특수채 물량이 적지 않다”며 “물량을 무난하게 소화하지 못하면 특수채·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한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는 만큼 상당한 유동성이 시장에 흘러든다”며 “이를 고려하면 특수채 발행 물량 우려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