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다음달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수도권 집값을 기준금리 인하의 변수로 꼽았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과열 양상은 다소 진정됐지만 금리 인하가 주택시장을 재차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것이다. 시장에서 다음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가운데 한은이 과도한 기대 심리를 억제하기 위해 매파적 메시지를 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택 가격 보면서 통화정책 결정
한은은 11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 배경과 향후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매년 3월과 9월 연 2회 작성된다.
이번 보고서 집필을 주관한 이수형 금통위원은 “금리 인하 시기 및 폭을 결정하는 데는 성장 흐름과 함께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상황의 안정 여부가 중요한 고려 요인”이라며 “서울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세와 추가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은 만큼 주택 공급 대책의 효과와 완화적 금융 여건의 주택가격 기대에 대한 영향 등을 점검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가 상반기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분의 26%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연 2.5%로 내렸는데, 이 같은 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뜻이다. 나머지 74%는 신규 주택 공급 부족, 완화적인 규제 수준, 기대심리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6·27 부동산 대책’으로 과열이 진정되는 모습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불안 요인이 있다고 봤다. 한은은 “서울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세는 여전히 높고,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며 “추가 가격 상승 기대와 잠재 구입 수요가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금융 여건 “완화적”기준금리 인하가 성장과 물가에 미친 영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여서 경제 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를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으로 지연된 성장률 상승 효과는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현재 금리 수준에 대해선 ‘중립금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한국은 연 3.5%에서 1%포인트 인하해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의 중단 정도에 이르렀다”며 “경기 진작을 위해 금리를 더 빠르게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금융안정 리스크를 생각해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인 금융 여건은 이미 완화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최창호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유동성 상황, 금리 스프레드, 위험자산 가격 등의 지표를 보면 전체적인 금융 여건은 완화적인 수준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성장을 도울 여건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적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다만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점은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박 부총재보는 “미국 고용 지표가 부진하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예상치를 밑돌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완화된다면 국내 여건에 집중해서 (통화정책을) 볼 여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