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11일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을 찾아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반도체 산업 관련 규제 개선을 약속했다. 총리실은 이날 반도체 산업단지 운영과 공장 건설과 관련해 △임대 제한 규제 완화 △방화구역·소방창 설치 규제 등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단지 적극 지원김 총리는 이날 오전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 이영팔 소방청 차장 등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SK하이닉스 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경기 용인갑이 지역구인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동행했다. 김 총리 일행은 박준식 SK하이닉스 부사장,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등 기업과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김 총리는 SK하이닉스로가 준비한 공장 건설공사 관련 소개 영상을 시청한 뒤 공사 개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안전 관련 사안 등에 관한 설명을 경청했다.
김 총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47년까지 총 10기의 생산 팹(fab·반도체 제조 공장) 구축을 목표로 총 622조원이 투자되는 세계 최고·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라며 “정부는 산업단지 개발과 기반 시설 구축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나아가 우리 반도체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규제 관련한 토의를 할 때 '그게 또 큰 도움이 되는 거냐'고 제가 물었고, 의외로 그런 것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며 " 그런 내용들을 하나하나 잘 챙겨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톱 밑 가시' 규제 완화 약속총리실 관계자는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규제 개선 사항을 이날 발표했다. 첫째로 건물의 종류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소방관 진입창 규제를 완화한다. 현행 법령상 모든 건물은 실제 높이와 무관하게 11층까지는 소방관 진입할 수 있는 창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은 층고가 높아, 6층이면 사다리차가 닿지 않아 창문 설치가 무의미하지만, 법령에 따라 진입창을 만들어야 한다. 총리실은 사다리차가 닿지 않는 높이에는 진입창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수평으로 40m마다 진입창을 내야 한다는 규제도 반도체 공장 클린룸 구조상 설치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수직 방화구역 설정 기준도 개선한다. 지금은 건물 설비 배관에는 층간 방화 구획을 반드시 두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반도체 공장의 설비 배관은 일반 건축물과 달리 배관의 크기가 매우 크고 배관의 수가 많아서, 방화 구획을 설치하는 공사의 난도가 높고 공사 비용과 기간이 크게 늘어난다. 공장 운영 중에 배관을 추가하거나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총리실은 반도체 공장의 경우 설비 배관 안에 스프링클러 등 소화 설비를 설치하는 것으로 층간 방화 설비를 대신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단지 내 임대사업 제한도 완화한다. ‘공장설립 완료신고’ 후에야 임대가 가능해 SK하이닉스의 용인 공장의 경우 시설 공사가 1차로 완전히 마무리되는(1호 팹 완공) 2033년 이후에야 관련 협력업체 등에 임대할 수 있다. 총리실은 그 전에 협력업체들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SK하이닉스와 같은 '소부장 특화단지 입주 특화선도기업', 또는 '특화단지 앵커기업' 등은 공장설립 완료신고 없이 공장 임대가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 특례 제공 등의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총리실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인근에 발전소 건설이 예정돼 있으므로 분산 에너지 설비 설치 의무를 면제해주는 특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