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펀드 '예고된 비극' 막으려면 민간에 맡겨 장기 수익 확보해야

입력 2025-09-10 17:30
수정 2025-09-11 01:39
역대 정권마다 정부 주도로 ‘관제펀드’를 조성했지만 대부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첫 관제펀드로 설정된 ‘바이코리아펀드’와 2021년 말 출범한 ‘한국판 뉴딜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들은 출시 초기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로 인기를 끌었지만 수익률 악화로 자금이 이탈하면서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민성장펀드가 성공하려면 장기 수익성과 자생력을 확보하고 구조 설계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10일 역대 정부가 추진한 정책 펀드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문재인 정부 때 출범한 뉴딜펀드의 성과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2월 설정된 KB국민참여정책형뉴딜혼합자산투자신탁과 IBK국민참여정책형뉴딜펀드의 3년 수익률은 각각 10.85%, 14.15%에 그쳤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3년간 31.6% 뛴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과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와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는 3년 수익률이 각각 42.31%, 35.37%였다.

금융투자업계는 펀드의 공통된 실패 요인으로 실질적인 투자처 부재와 환금성 부족을 꼽는다. 정책 홍보용으로 출범해 단기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정권 교체나 정치적 이벤트에 흔들리며 정책 연속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펀드를 설계할 때 실질적 수익성과 시장 메커니즘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과 산업이 맞아떨어지는 성장 분야에 집중하고 민간 자율성을 확보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투자 심사와 운용을 민간 운용사(GP)가 맡아 효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