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교육세 이어 펀드까지…'눈덩이 청구서' 난감한 금융권

입력 2025-09-10 17:31
수정 2025-09-11 01:38
정부가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재원의 절반을 민간에서 조달하기로 하면서 은행권이 속을 끓이고 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등의 명목으로 요구하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정부는 10일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출자금 중 75조원을 민간 금융회사와 연기금, 일반 국민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 정책을 위한 민간자금의 상당액을 은행권이 부담했음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은행이 대거 자금을 투입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을 위한 배드뱅크도 민간 출연금액 4000억원 중 3500억원가량을 은행권에서 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은행권을 향해 “담보 잡고 돈을 빌려줘 이자를 받는 ‘전당포식 영업’이 아니라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은행들은 지난 7월 말 나온 세제 개편안으로 적잖은 타격을 받은 상태다. 교육세율이 0.5%에서 1%로 인상됐고, 유효 법인세율도 1%포인트 높아졌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세제 개편으로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교육세는 기존보다 6011억원, 법인세는 2740억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와중에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는 서민금융 특별기금 조성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은행들은 서민 지원 확대를 위해 올해 서민금융진흥원 출연요율을 0.035%에서 0.06%로 올려놨다. 여기에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일부를 금융회사가 책임지는 내용의 정부 대책이 현실화하면 수시로 배상 부담을 떠안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과징금 폭탄’ 가능성에 떠는 처지에 정부의 예상치 못한 ‘비용 청구서’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들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담보인정비율(LTV) 및 국고채 전문 딜러 담합에 관한 정부 제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악의 경우 총 9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