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혀절단' 최말자씨 61년 만에 재심서 무죄

입력 2025-09-10 17:42
수정 2025-09-11 00:00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했다는 이유로 61년 전 유죄 판결을 받은 최말자 씨(79)가 재심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돼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방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김현순)는 10일 열린 재심에서 최씨의 중상해 등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김현순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중상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돼 상해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최씨는 만 18세이던 1964년 5월 귀가 중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성 노모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했다는 이유로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최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해 남성은 강간미수가 빠진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돼 최씨보다 가벼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56년이 지난 2020년, 최씨는 한국여성의전화 등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으나 1·2심 법원은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지난해 “불법 구금과 자백 강요에 관한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최씨를 ‘피고인’이 아니라 ‘최말자 님’이라고 호칭하며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했을 최말자 님께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