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폭주'…카타르 공습에 트럼프도 "내 뜻 아냐"

입력 2025-09-10 17:20
수정 2025-09-11 01:03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 제거를 이유로 중재국 카타르까지 공습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에 우호적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최근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카타르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은 9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의 카타라 지구 내 건물을 폭격했다. 폭발 직후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도하에 있는 하마스 지도부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최고지도자들이 공습에서 살아남았고 조직원 5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고위 인사들이 생존했다는 증거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 행사에 참석해 “전날 예루살렘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뒤 하마스 지도부를 저지하라고 지시했다”며 “테러 지도자가 처벌받지 않고 지낼 수 있던 시기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2023년 하마스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카타르에서 군사 작전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카타르는 이집트 등과 함께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협상을 중재해왔다.

이번 공습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은 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카타르는 공습을 받은 후 미국에 당분간 중재 역할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무모한 이스라엘 행위와 지역 안보에 대한 지속적인 파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은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의 단독 행동이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하고 있다는 보고를 미군으로부터 받았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결정한 일이지 내가 내린 결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권국이자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인 카타르 영토를 일방적으로 폭격하는 행위는 미국과 함께 평화를 중재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카타르 입장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를 진전시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카타르를 미국의 굳건한 동맹이자 친구라고 여기며 이번 공격의 장소에 대해 매우 안 좋게 생각한다. 가자지구의 모든 인질이 석방되고 유해가 송환되며 이 전쟁이 당장 끝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카타르 국왕과의 통화에서 “카타르 영토에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보장했다”며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카타르와 방위협력협정(DCA)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과 일정한 거리를 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재집권 이후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카타르를 배려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카타르를 찾았을 때 전용기 용도로 쓸 호화 항공기를 선물받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을 주권 모독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카타르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노골적으로 침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