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이자 기회...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추진"

입력 2025-10-02 06:00
[한경ESG] 리더
인터뷰 - 위성곤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



위성곤 기후위기특별위원회(이하 기후특위) 위원장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입법·제도 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지난 8월 선임된 위 위원장은 〈한경ESG〉와의 인터뷰에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과 배출권거래제 정상화를 비롯해 건물·산업·노동 부문에 걸친 실질적 감축 정책을 마련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그는 기후환경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탄소중립 거버넌스 패키지법’을 발의해 기후 대응과 관련 비효율적이던 거버넌스를 재편하고자 했다. 위 위원장은 “기후 위기를 위기이자 기회로 인식하고, 정부·기업·시민이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취임 일성으로 기후특위를 ‘국가 미래 설계의 컨트롤타워’로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기후특위는 탄소중립기본법과 배출권거래제 심사 권한, 그리고 기후 대응 기금 관련 의견 제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기후 산업 육성, 재생에너지 확대, 거버넌스 정비 등 여러 과제를 관계자 의견을 들으며 검토하고자 합니다. 특히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과 2035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 형해화된 배출권거래제의 실질화, 산업·노동 부문의 섬세한 전환 정책 마련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 간 협력이 필수입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탄소중립과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이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기반을 닦겠습니다.”

- 기후특위가 앞으로 우선 추진하고자 하는 핵심 입법 과제는 무엇입니까.

“우선 내년 2월까지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다시 입법을 하도록 요구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경로를 설정할 예정입니다. 내년부터 시행될 4기 배출권거래제 운영의 실질화를 위한 배출권거래제법 개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간 소홀히 다루던 국내 에너지 소비의 48%를 차지하는 열에너지를 비롯한 건물 부문의 탄소중립 실행력 강화, 탄소흡수원도 점검하고자 합니다. 또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그간 소홀히 해온 산업 부문에 대한 투자와 노동 부문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함께 논의하고, 그 부담을 특정 산업이나 집단이 떠안지 않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겠습니다.”

- 이번에 대표 발의하신 ‘탄소중립 거버넌스 패키지법’의 입법 추진 배경과 핵심 목표는 무엇입니까?

“현재 50명 이상으로 운영되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수를 과감히 축소해 실질적 정책 의사결정 기구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또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을 위해 시민들과 소통을 기반으로 한 기후시민회의,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기후과학위원회 같은 기구의 신설도 제안했습니다. 특히 과학자 중심의 기후과학위원회 설치를 통해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분석·검증·예측을 담당해 정책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높인다면 기후 정책의 내실을 다지고 국민의 신뢰성을 높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 개정안에는 단계별 감축목표가 명문화돼 있습니다. 이런 목표가 실행력을 갖출 수 있을까요.

“개정안에서 제시한 2030년 35%, 2035년 60%, 2040년 80%, 2045년 95%라는 단계별 감축 로드맵은 후반부로 갈수록 높아지는 기술적 난도를 고려한 것입니다. 공정 자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시설투자가 필수이기에 초기에 기술 수준이 확보된 부문을 중심으로 감축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세계 주요국도 초반에 더 많은 감축을 추진하므로 한국의 감축 경로 역시 후반부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접근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최근 탄소배출권거래제 유상 할당 증가 비율이 기업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산업계가 급격한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배출권거래제는 느슨한 할당과 관련한 시장 제도의 미비로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일부 부문은 혜택을 누려왔습니다. 이제는 제도를 정상화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중장기적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배출권 가격 신호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탄소감축 기술을 도입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기업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배출권거래제 정상화와 함께 보조금, 세제 혜택, 기술지원을 통해 산업계가 실질적으로 전환을 추진할 수 있게 지원정책도 추진해야 합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탄소배출에 대한 각종 규제와 지원책을 전향적으로 운영하며 시장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어느 정도 부담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정부가 함께 부담을 공유하며 대응해야 하는 만큼 이해관계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 예산집행에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반영하는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제도 도입됐는데 어떤 난제가 있습니까.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제는 국가, 지방정부, 산업계의 모든 재정 지출이 기후 목표와 정합성을 갖추도록 만드는 핵심 수단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평가기준과 지표가 마련돼야 하고, 단순한 보고 절차에 그치지 않고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를 실제로 바꿀 수 있는 제도적 권한이 보장돼야 합니다. 또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공공기관까지 동일한 원칙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지침을 표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제도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기에 여러 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보완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농업과 어업 등 기후 위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에 대한 적응 전략은 어때야 합니까?

“농업과 어업은 기후 위기의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대표적 분야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농수산업에서의 생산과 공급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가 차원의 위협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기존 접근 방식과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특히 식량 자원은 안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재해보험의 보상 체계를 강화하는 등 기후변화 피해로부터 농어민의 소득 불안정성을 완화하고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또 농어업 기술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고 기후변화 대응 품종과 생산 방식을 혁신해 지속가능한 농업과 어업을 준비해야 합니다.”

- 끝으로 〈한경ESG〉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기후 위기는 미래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현실입니다. 동시에 탄소중립 전환은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입니다. 기업과 정부, 시민이 함께 움직일 때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경ESG〉 독자 여러분도 기후 위기 대응을 ‘비용’이 아닌 ‘기회’로 바라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선택과 행동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