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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마감 후 거래에서 28% 넘게 급등했다. 지난 분기(6~8월·회계연도상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새로운 클라우드 계약을 바탕으로 막대한 성장 전망을 제시하면서다. 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시장은 ‘성장 가능성’에 베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 급증
오라클은 이날 올해 1분기 매출이 149억2600만달러(약 20조6919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29억2700만달러(약 4조577억원)로 지난해 1분기(29억2900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주당순이익(EPS)은 1.47달러로 같은 기간 6% 늘었다. 하지만 매출과 EPS 모두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의 평균 예상치(매출 150억4000만달러·EPS 1.48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은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분야에서 오라클이 보인 성장세에 주목했다. 전체 사업 중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창출한 매출이 33억4700만달러(약 4조6399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보다 55% 늘었다. 직전 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52%)보다 오름폭도 컸다. 또 계약된 매출 중 아직 이행되지 않은 ‘잔여 이행 의무’(RPO)가 1년 전 동기보다 359% 급증한 455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한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을 통해 인공지능(AI) 붐의 수혜를 본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에 다른 고객사 세 곳과 각각 수십억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RPO가 증가했다”며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몇 달간 추가로 수십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이며 RPO는 5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는 2026회계연도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을 180억달러로 예상했다. 2025회계연도에 기록한 매출 100억달러 대비 77% 증가한 수치다. 2027년에는 320억달러, 2028년 730억달러, 2029년 1140억달러, 2030년 144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지출도 확대
오라클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래리 엘리슨 회장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덕분에 멀티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매출이 1분기 1529%로 놀라운 증가율을 보였다”며 “향후 수년간 멀티클라우드 매출이 매 분기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에는 ‘오라클 AI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출시해 오픈AI 및 다른 회사의 AI 모델을 고객 데이터와 결합해 구동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라클은 지난달 자사 클라우드 앱에 오픈AI의 최신 GPT-5 모델을 적용했다고 공개했다.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 2분기 조정 EPS를 1.61~1.65달러, 매출 증가율을 14~16%로 제시했다. 애널리스트 예상치는 EPS 1.62달러, 매출 162억1000만달러(성장률 15%) 수준이었다. 캐츠 CEO는 애널리스트들과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자본지출(CAPEX)은 350억달러에 달할 것이며 이는 전년 대비 65% 증가한 규모”라고 밝혔다.
이날 정규장에서 전일 대비 1.27% 오른 241.51달러에 마감한 오라클은 시간 외에서 28% 이상 급등해 310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45.46% 상승하는 등 강세를 나타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한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