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0일 15: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이 다음달 기존 10본부 체제를 6본부 체제로 재편하기로 했다. 이번 본부 개편은 조직 효율화 차원으로 구조조정 성격이 짙다. 성과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본부장 네 명을 보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인사 조치를 병행한다. 인수합병(M&A)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회계법인도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은 다음달부터 6본부 체제로 전환한다. 재무자문은 M&A 전략을 총괄하고, 딜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회계감사와 세무자문 분야의 성장성이 정체된 가운데 재무자문은 회계법인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은 영역이다. 재무자문부문은 회계법인 전체 매출의 약 2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6본부 체제 전환은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을 이끌고 있는 김이동 대표의 결단이다. 김 대표는 2023년 삼정KPMG 내 최연소 부문 대표로 승진하면서 재무자문부문을 기존 7본부 체제에서 10본부로 확대했다. 하지만 본부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2년 만에 10본부를 다시 6본부 체제로 개편하기로 했다.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의 차기 주자로 꼽히는 원정준 파트너는 조직 개편에도 계속해서 본부장직을 맡는다. 원 파트너는 올해 애경산업과 준오헤어 매각을 담당하는 등 삼정KPMG의 주요 딜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 박영걸 파트너도 본부를 계속해서 이끈다. 박 파트너는 올해 HS효첨단소재의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 매각을 주도했다. MBK파트너스 전문가로 불리는 김진원 파트너, 구조조정 전문가 양진혁 파트너, 중후장대 산업 및 대기업 딜 전문가 김광석 파트너,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 진형석 파트너 등도 본부장직을 계속 맡는다.
이들 6명의 본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본부장은 이번 조직 개편과 함께 본부장직을 내려놓게 된다. 이들은 본부 기준 실적으로 적자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본부장직에서 내려오는 게 직접적인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다른 본부장 밑에서 계속 업무를 이어가거나 자진해서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보다 경력이 긴 선배 회계사들을 정리한 인사라는 평가도 있다.
삼정KPMG 내부적으로는 재무자문부문뿐 아니라 법인 전체적으로 칼바람이 불고 있다. 법인의 매출 성장세가 정체되면서다. 매년 시험에 합격하는 새내기 회계사를 받아줘야 하는데 자진해서 회사를 떠나는 회계사가 줄어든 것도 골치를 앓는 이유 중 하나다. 유동성이 넘치던 시절엔 회계사들이 스타트업이나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으로 자진해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업계 전반이 침체되면서 이런 이직도 크게 줄었다.
자연스럽게 삼정KPMG에선 권고사직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파트너 회계사들을 내보냈다면 최근에는 주니어급에서도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사실상 권고사직이 행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에도 삼정KPMG는 경쟁사인 삼일PwC와 비교해 승진이 빠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퇴사도 빠른 경향이 있었다. 최근 들어 고용 안정성이 더욱 떨어지다 보니 실력 있는 주니어급 회계사들 사이에서도 "빨리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교태 삼정KPMG 회장이 4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이런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내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1년부터 삼정KPMG를 이끈 김 회장은 지난해 4연임을 확정해 2029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박종관/최다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