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이어 근조기 등장…금감원 직원들 이틀째 집회 [현장+]

입력 2025-09-10 10:14
수정 2025-09-10 10:21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다른 기관으로 일을 미루게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 독립성이 더 악화할 겁니다." (정부 조직개편안 규탄 집회에 참석한 한 금감원 직원의 말)

금감원 직원들이 정부의 조직개편안과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반발하며 연이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0일 오전 8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과 금소원 분리를 담은 정부의 조직개편안 규탄 집회가 열렸다. 금감원 직원과 노동조합원 65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어두운 색 옷과 마스크를 쓰고 집회에 참석했다. 2층에는 근조기도 설치됐다.

집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금소원 분리 철회', '공공기관 지정 철회' 등을 요구했다. 지난 주말 확정된 정부 조직개편안에는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재편하고, 금감위 산하에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두는 내용이 담겼다.

윤태완 금감원 노조 부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은 "금감원 역사상 가장 많은 직원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제재심의위원회와 분쟁조정위원회까지 금감위에 이관한다는 기사를 보고 분개했다"고 비판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윤 부위원장은 파업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오늘 중 비대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체계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라며 "(현재 집회를) 노동 쟁의 투쟁으로 바꾸기 위해 의결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물리력 행사나 업무 방해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비대위에 참가하려는 경영진도 있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성토도 쏟아졌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직원은 "지난 8일 진행됐던 설명회에서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전임 원장 시절 금감원 모습이 긍정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직개편을 감내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금감원 직원들을 지난 정권 부역자처럼 규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감원 직원들은 이복현 전 원장의 부역자가 아니다. (전임 원장이) 무리한 요구를 했을 때, 국장·팀장과 함께 우울한 밤을 보내며 걱정했다"며 "이럴 때, 수석부원장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다른 직원은 "금소원을 분리하게 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다른 기관으로 일을 미루게 될 수 있다"며 "이미 관치금융으로 신인도가 떨어진 상황인데,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 독립성이 더 악화한다. 금감원을 대변해야 할 수석부원장이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금감원 노조는 오는 12일까지 매일 오전 로비에서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이후에는 장소를 옮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노조는 여야 당사와 국회 정무위원회 방문을 통한 의견 개진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 원장은 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7시40분께 출근해 집회 참가자들과 마주치지 않았다. 앞서 지난 9일 금감원에서는 직원 700여명이 출근 전인 오전 8시에 검은 옷을 입고 1층 로비에 모여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은 집회가 시작할 무렵 출근했으나 조직개편과 금감원·금소원 공공기관 지정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침묵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