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인 임대인 부부가 공동명의 부동산에 가압류를 설정하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압류로 인해 신규 세입자 유치가 불가능해지면서 기존 임차인은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9일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임대인 부부가 이혼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을 상대로 가압류를 걸면 해당 부동산의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여력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전세 시장에서는 통상 기존 임차인이 나가면서 신규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전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는 구조다. 하지만 가압류가 설정되면 등기부상 권리관계가 복잡해져 새로운 세입자가 계약을 기피하게 된다.
엄 변호사는 "임차인은 계약 만료 전 등기부등본을 재확인해 권리관계 변동을 점검해야 한다"며 "가압류가 발견되면 전세금반환소송과 함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임대인 부부가 이혼 소송 중 가압류를 설정해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가 6개월째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 세입자는 결국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같은 사례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전세 비중이 높은 수도권에서 이 같은 분쟁이 집중되고 있다.
엄 변호사는 "이혼 소송 중 가압류가 설정되면 임대인이 자금 융통이 어려워져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며 "이런 경우 임차인은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을 통해 보증금 회수 우선권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혼 소송 중 가압류가 설정된 경우에는 후속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져 결국 임차인은 소송을 통해 판결받고 경매 등 법원 절차를 통해 보증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임차인이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전세 계약 체결 시 임대인의 혼인 상태와 공동명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약 만료 2~3개월 전부터는 주기적으로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권리관계 변동을 점검해야 한다.
만약 가압류가 발견되면 임대인과의 협의를 통한 보증금 분할 반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전세금반환소송 제기 등의 방법을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임차권등기명령은 이사를 가야 할 상황에서는 필수적으로 해 두어야 한다. 엄 변호사는 "가압류 발견 후 신규세입자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므로, 신속하게 법적인 권리구제절차를 밟는 것이 최선이라"며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엄 변호사는 "임대인도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을 고려하더라도 기존 임차인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분쟁이 장기화하면 전세금반환소송, 경매 등으로 이어져 모든 당사자에게 손해"라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