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양제(一國兩制)는 글로벌 금융도시 홍콩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용어다.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홍콩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영국에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체제’를 제안한 데서 유래했다. 주권은 중국이 갖되 체제는 보장한다는 의미다.
1997년 홍콩 반환 후 한동안 유지된 이 체제는 2019년 위기를 맞았다. 범죄 용의자를 중국 본토 등으로 송환할 수 있는 법안이 제정된다는 소식에 홍콩 전역이 시위장으로 변했다. 이듬해인 2020년엔 홍콩 국가안전법까지 만들어졌다.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면 최고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홍콩 증시가 고꾸라진 것은 이때부터다. 일국양제가 흔들리는 모습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제히 홍콩 증시에서 발을 뺐다. 2021년 초 30,000선을 넘나들던 항셍지수는 2022년 말 15,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병을 준 것도, 약을 준 것도 중국이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홍콩 증시와 관련한 규제를 대거 풀었다. 중국 기업의 홍콩 이중 상장을 독려하고, 본토 투자자의 홍콩 자산 투자도 허용했다. 효과는 극적이었다. 항셍지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30%가량 올랐다. 세계 주요국 증시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중국 본토 투자자의 자금이 대거 홍콩으로 밀려들면서 지수를 밀어 올렸다. 기업공개(IPO)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 5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홍콩 이중 상장을 통해 53억달러(약 7조3600억원)를 조달하는 등 상반기에만 208개 회사가 홍콩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어제 홍콩이 중국 금융 개혁의 실험실로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대표 기술 기업들이 홍콩 증시에 입성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미·중 관계가 갑작스럽게 악화하면 시장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에도 ‘홍학 개미’가 적잖다. 국내 투자자의 홍콩 증시 예탁금은 24억달러로 연초보다 50%가량 증가했다. 적극적인 투자도 좋지만, 예기치 못한 위험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