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단 한 차례도 여야 협치를 언급하지 않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제 여야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더 많이 가진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며 협치 분위기를 조성한 지 하루 만에 다시 국회를 ‘강 대 강’ 대치로 몰아갈 분위기다. 정 대표가 야당을 향해 완전한 내란 청산과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 완수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거대 여당 대표의 품격을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스럽다”고 반응했다.
정 대표는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며 야당을 다시금 압박했다.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 운영의 핵심 당사자일 수밖에 없는 여당 대표가 내놓은 첫 정기국회 대표연설의 메시지로는 크게 아쉬운 대목이다. 강성 지지층은 환호하겠지만, 여야 협치를 바탕으로 조속한 경제 활력 회복과 민생 안정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를 제대로 되살리기 위해 ABCDEF(AI·바이오·콘텐츠·방위산업·에너지·제조업)로 대표되는 이재명 정부의 성장 정책에 모든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는 이날 쏟아져나온 강경 정치 발언에 묻혀버렸다.
정 대표의 말처럼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무엇이든 시대에 맞게 고치는 개혁은 언제나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의견이 있으면 충분히 듣고 부작용이 없도록 하는 게 정도이고 집권당의 자세다. 역지사지한다면 거대 여당의 의석수를 앞세워 상대를 적대시하고 굴복을 강요하는 것은 무소불위의 또 다른 행태일 것이다. 숱한 반대에도 일방 처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과 상법, 양곡법 개정 등이 그런 사례다.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스스로의 입법 폭주부터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