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260' 연고점 돌파…소부장이 주도주 꿰찼다

입력 2025-09-09 17:25
수정 2025-09-10 00:36
코스피지수가 한 달여 만에 연고점을 돌파한 가운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이 차기 주도주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방산·원전 대형주가 주춤하며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자 관련 밸류체인으로 투자금이 몰리면서다. 실적 개선이 본격화한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형주보다 더 오른 소부장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조선 기자재 업체 세진중공업은 최근 한 달간 71.1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오리엔탈정공(50.58%) 현대힘스(33.72%) 동성화인텍(9.65%) 등 다른 기자재 업체도 일제히 급등했다. HD현대중공업(8.62%) 한화오션(2.8%) 등 대형 조선주가 이 기간 숨을 고르는 동안 고공행진했다.

올해 증시를 주도한 방산과 원전 테마의 소부장 종목도 급등하는 추세다. 방산에서는 K-2 전차 등에 구동장치 및 유압시스템을 공급하는 엠앤씨솔루션이 한 달 동안 31.82% 올랐다. K-9 자주포 엔진 생산업체 STX엔진(51.2%) 주가도 같은 기간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한화자산운용은 방산 소부장 업체에 집중 투자하는 ‘PLUS K방산소부장 상장지수펀드(ETF)’도 내놨다. 지난달 말 상장 후 2주일 만에 8.57% 올랐다. 원전 부문에서는 소부장 업체인 비에이치아이와 SNT에너지가 각각 23.45%, 15.58%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가 최근 소강 상태를 보이자 순환매적 성격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대금이 줄자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형 소부장주를 중심으로 수급이 몰렸다는 것이다. 이달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3119억원으로, 지난 6월(15조1997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조선·방산·원전 모두 업황이 좋아 모멘텀은 살아 있지만 거래대금이 줄어 상승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급등 후 숨을 고르는 대형주보다 소부장주에 투자심리가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 조정 와도 장기 성장성”조선·방산·원전 소부장 업체의 실적 개선이 시작된 만큼 일시 조정이 오더라도 주가가 장기 우상향할 것이란 게 증권가의 대체적 관측이다. 대형사들이 수주를 따오면 후방에 있는 소부장 업체에 발주를 넣는 구조인데, 대형사 일감이 이미 상당히 확보된 상태여서다. 조선의 경우 선박을 수주한 뒤 조선기자재 업체가 매출을 인식하기까지 12~18개월이 걸린다.

조선업 호황에 대형 조선사들은 이미 3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 관련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도 낙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대형 선박용 엔진과 자주포 엔진 등을 생산하는 STX엔진과 한화엔진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33억원, 3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2.8%, 81.36% 증가했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방산 소부장 업체는 대형 업체의 수주를 받아 납품하는 데 6개월~1년 이상 걸린다”며 “대형주가 이미 급등한 만큼 소부장 업체들에 주목할 시기”라고 말했다.

잠시 주춤했던 증시 전반의 분위기도 개선되고 있다. 주식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이 완화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26% 오른 3260.05에 장을 마쳤다. 직전 연고점(종가 기준)인 지난 7월 30일(3254.47)을 넘어섰다. 2021년 8월 9일(3260.42) 후 약 4년1개월 만의 최고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571억원, 304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권업종(7.06%)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상상인증권(21.0%) 미래에셋증권(11.68%) 키움증권(8.71%) 부국증권(8.02%) 한국금융지주(6.79%) 대신증권(6.04%)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