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나스닥 투자했는데 수익률 두 배…이름값 한 '액티브 ETF'

입력 2025-09-09 17:25
수정 2025-09-15 16:28
시장 상황에 따라 종목과 비중을 적극 조정하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AUM)이 80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액티브 ETF의 수익률이 시장 지수를 따르는 패시브형을 압도하면서다.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커지며 올해 들어서만 20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 올해 들어 순자산 20조원 ‘쑥’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액티브 ETF 순자산은 80조442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38조6459억원에서 지난해 59조4183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9개월여 만에 80조원을 넘었다.

액티브 ETF는 전체 시장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23년 말 이후 전체 ETF 시장이 92.1% 커졌는데, 액티브 ETF는 108.1% 불어났다. 내년 상반기엔 액티브 ETF 순자산이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게 자산운용업계 관측이다.

신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올해 상장한 112개 ETF 중 38%에 달하는 43개가 액티브 전략을 따르는 구조다. 자연스럽게 주요 운용사의 액티브형 운용액이 급증했다. 업계 1, 2위인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의 액티브 ETF 순자산은 올해 들어 각각 8조원, 4조원 넘게 늘었다. 액티브 전문 운용사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9546억원에서 현재 2조1005억원으로 순자산을 두 배 넘게 불렸다.

액티브 상품이 ETF 시장의 주축으로 급부상한 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꾸준히 내고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다. 패시브 ETF의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이 분기·반기 혹은 연 단위로 이뤄지는 데 비해 액티브형은 펀드매니저의 운용 전략에 따라 매일 바뀔 수 있다. ◇ 중소 우량주 많은 해외에서 성과특히 올해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함께 증시 변동성이 큰 만큼 시장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액티브형 성과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식형 상품을 비교한 결과 액티브 ETF의 최근 6개월(9월 1일 기준) 평균 수익률이 18.25%에 달했다. 패시브형(16.55%)을 1.7%포인트 앞섰다. 해외 주식형 ETF에선 액티브(13.09%)와 패시브(8.95%)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 증시엔 성장성이 높고 실적이 좋은 중소형 우량 기업이 많이 상장돼 있다”며 “이 때문에 액티브 ETF의 종목 선별 전략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가 선호하는 미국 대표 지수형 액티브 ETF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S&P500지수를 따르는 패시브 ETF가 지난 6개월간 6.76% 수익을 낼 때 액티브형은 두 배 이상 높은 14.47%를 기록했다. 나스닥100 ETF도 마찬가지다. 나스닥100 추종 패시브 ETF가 평균 10.48% 상승할 때 액티브 ETF는 19.79% 급등했다. 개별 종목 중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는 6개월 수익률이 29.76%에 달했다. 가상자산주 서클 비중을 지난 6월 상장 초기 약 11%까지 높이고,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관련주로 증시 흐름이 바뀔 때 레딧 비중을 확대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한 영향이다. ◇ “액티브형 점유율 더 뛸 것”액티브 ETF는 국내 시장에서도 성과를 냈다. 코스피지수를 따르는 액티브 ETF의 평균 수익률(25.96%)이 패시브형(25.48%)을 소폭이나마 앞섰다. 중소형주가 많은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에선 유독 강세였다. 국내 바이오·헬스케어에 투자하는 패시브 ETF가 6개월간 2.64% 오른 데 비해 액티브 ETF는 9.03% 뛰었다.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18.06%), ‘HANARO 바이오코리아액티브’(13.04%) 등의 수익률이 높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과 기술수출(LO) 기대가 꾸준한 중소형주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액티브 전략이 성과를 낸 것”이라며 “ETF 시장 내 액티브형 점유율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액티브 ETF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투자자 편익을 높이려면 ‘비교지수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운용업계 지적이다. 현행 상장 규정을 보면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3개월 이상 기준치를 벗어나면 상장 폐지될 수 있다. 미국 등에선 이런 운용 규제 없이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