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33년간 억울한 누명…검찰 "사죄드린다"

입력 2025-09-09 15:09
수정 2025-09-09 15:19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의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유죄 판결받았던 고(故) 윤동일 씨 재심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

9일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정윤섭) 심리에서 검찰은 “오랜 시간 고통받은 피고인과 가족에게 사죄드린다”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검찰은 “당시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와 불법 구금이 있었다. 피해자 진술 역시 왜곡됐고,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자백에 임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법 수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윤 씨는 1990년 11월 발생한 9차 사건 용의자로 불법 연행돼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과 폭행을 당한 끝에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 이후 DNA 감정으로 살인 혐의와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별도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출소 10개월 뒤 암 진단을 받고 1997년 만 26세로 숨졌다.

재심에서 변호인단은 당시 수사기관과 법원을 정면 비판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심증만으로 피고인을 범인으로 몰았다. 피해자 진술을 왜곡하고 서명날인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김칠준 변호사도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것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 왜 기소와 판결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았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씨 가족은 “고문과 강압 수사로 동생이 누명을 썼다. 진실을 밝히는 데 힘써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체포·가혹행위·증거 조작 등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법원은 지난해 7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고 윤 씨에 대한 재심 선고는 10월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수원=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