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가 '컬리N마트'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네이버와 본격 협업을 시작했다. '샛별배송'(새벽배송)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컬리가 국내 1위 검색 플랫폼과의 연합으로 온라인 장보기 시장 판도를 바꿀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지난 4일 컬리N마트 서비스를 개시했다. 컬리가 자체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사이트가 아닌 외부 플랫폼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 컬리가 기존에 식품관과 뷰티관을 보유한 이커머스 백화점을 지향했다면, 여기에 생활 밀접 상품을 더해 일상 장보기를 강화한 게 특징이다.
특히 대용량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고객 수요를 반영해 기존에 취급하지 않던 5000여종의 상품을 추가해 네이버에서 장보기 경험 확대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컬리와 네이버의 협업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주하는 쿠팡을 견제할 수 있을지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쿠팡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24조4639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액은 11조9763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4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4% 증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컬리는 올 상반기 매출이 1조15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다. 영업이익은 115억 개선된 31억원을 기록하면서 창사 10년 만에 반기 기준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컬리는 이번 협업으로 네이버 이용자를 신규 고객으로 끌어들여 매출 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컬리에 가입하지 않고도 네이버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컬리 앱에서처럼 오후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샛별배송으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어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네이버 멤버십 회원이라면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혜택도 받는다.
앱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8월 월간활성이용자(MAU)는 431만명, 컬리는 349만명으로 쿠팡(3422만명)과의 격차는 크지만 유통업계는 이번 협업이 이커머스 시장 판도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사 간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강점으로 전환하는 협업이기 때문. 국내 최고 수준인 네이버 이용자에 더불어 멤버십을 기반으로 한 고객의 꾸준한 방문과 구매로 이어지는 '락인효과'가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와 네이버가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이용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비스 이용을 위해 컬리의 유료 멤버십 요금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선택지 확대는 물론 재방문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골력' 확보에 방점을 두고 자사 쇼핑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재방문율 높은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쇼핑 경험을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부문장은 "네이버 커머스는 판매자 중심의 기술, 정책, 교육 등 친판매자 중심 전략으로 성장해왔다"며 "인공지능(AI) 커머스 시대에서는 친사용자 생태계까지 확장, 단골력을 높이기 위해 빅브랜드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컬리N마트는 기존 컬리의 엄선된 상품군에 더해 대중적이고 친숙한 상품까지 제공할 것"이라며 "네이버에 입점한 셀러들도 컬리의 배송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네이버 플랫폼 내 핵심 장보기 서비스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